(한국판 재정절벽)③무능하거나 불순하거나..추경만이 해결책(?)

구멍 난 12조가 주는 메시지..“적극적 증세 도입할 때 됐다”

입력 : 2013-04-01 오전 9:00:03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경기는 갈수록 어려운데 복지공약을 위한 지출은 갈수록 늘어난다. 정부는 스스로 편성한 예산안을 부정하면서까지 무려 '12조원+α'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경 편성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재원마련 방법에는 다소 이견을 보였다. 정부는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을 당연시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재원확보를 위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불필요한 세출을 확 줄이는 방법도 고민하지 않은 채 '재정절벽'이라는 협박을 전면에 내세운 것에 대해 `무능` 혹은 `의도적 불순함`이 읽힌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정부가 국채 발행으로 갈 수밖에 없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저성장이 유지되는 현실은 단기적 상황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더욱이 박근혜정부가 공약한 복지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지출이 계속해서 늘 수밖에 없다.
 
오 실장은 "목적의식 뚜렷한 세입 확충 정책이 필요하다"며 "지하경제 양성화도 중요하지만 세목과 세율을 건드리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직접적 증세를 고민할 시기가 됐다는 주문이다.
 
오 실장은 또 "사회적으로도 과세 형평 문제를 주목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비증세 방식의 세입 확충만 몰두하지 말고 과세 기반 자체를 넓히는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쓸 돈이 모자라니까 추경 편성을 한다는 것이지만 돈을 뽑아낼 구석이 있는데도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 소장은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와 낭비성 지출이 국가 재정상황을 악화시킨 만큼 불필요한 정부 세출부터 줄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실제 이명박정부 5년간 감세 규모만 60조~100조 규모에 이르고 혜택은 주로 고소득자에 집중됐다.
 
감세로 경기를 고양시킨다는 주장이 무너진 만큼 60조~100조 규모를 절반이라도 줄이면 구멍 난 12조는 얼마든지 메울 수 있다는 것이 선 소장의 설명.
 
선 소장은 "부처별로 잡아놓은 토건예산을 줄이면 박근혜 정부가 그렇게 피하려고 하는 증세까지 굳이 안 나가도 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각 부처가 문화·복지·환경이란 이름으로 편성한 42조가 사실상 토건예산인 만큼 그것만 줄여도 12조는 변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선 소장은 "감세정책으로 '나쁜 성장'이 이미 나타난 데다 관료적 상상에 갇히다 보니 돈 뽑아낼 데는 안 보이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추경에서 해법을 찾으려고 위기를 과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은 정부가 2월 경제지표를 근거로 추경 편성을 공표한 건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2월은 설연휴와 윤달이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근거로 추경을 꺼내든 건 의도적이라며 "추경을 하고 싶어 사실상 끼워 맞춘 것으로 본다. 2월 지표가 추경을 밀어붙여야 할 만큼 심각한 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홍 소장은 그러나 "시기와 규모를 조율하면 추경 자체는 찬성한다"며 "3, 4월 경제지표를 지켜보고 결정하되 규모는 세입과 세출을 합쳐 10조원 안에서 편성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 역시 궁극적 대안은 증세에서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소장은 "추경 편성은 현 세대 좋자고 후배들 돈 끌어다 쓰겠다는 것인데 그런 식으로 하는 건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 대선공약 자체를 어기는 것이 된다"면서 "가장 좋은 건 부자증세이고 그게 원칙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추경이 불가피하다면 뚜렷한 목적의식 아래 그 내용을 못 박을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사견을 전제로 20조 이상 추경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단 조건이 있다. 경기부양은 민생경제와 고용창출에 도움 되는 내용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정부가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에 1조원 더 늘리기로 한다는데 이는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건설업체를 도와주는 꼴"이라며 "필요한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이런 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경기부양을 핑계로 억지로 부동산시장을 부추기려 하지 말고 예컨대 서민주거환경 개선사업 등 동네에 돈이 돌게 하는 사업 위주로 찾아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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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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