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네이버공화국>이라는 책을 보면 네이버와 언론사의 첫 만남이 흥미롭게 묘사돼 있다. 이해진 의장이 삼성SDS에서 사내벤처 ‘네이버포트’를 운영했을 때다. 먹고 살기 위해 온라인광고를 따와야 했는데 낮은 인지도 탓에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고민 끝에 당시 잘 나가던 ‘디지털 조선일보’ 영업 담당자에게 광고 노하우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당신네 사업은 워낙 규모가 작아 광고수주를 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냥 접는 게 낫겠다”는 차가운 조언을 들었을 뿐이다.
지난 1일 네이버가 뉴스스탠드를 전면 도입한 이후 여기저기서 언론사 곡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용자 미적응과 불편한 인터페이스로 인해 트래픽이 대거 감소했기 때문이다. 정말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네이버 뉴스정책 때문에 미디어업계 전체가 흔들리니 말이다.
많은 언론사 관계자들은 “이게 다 네이버 탓”이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뉴스캐스트 시절과 비교해 선정성 논란도 줄지 않은데다가 오히려 생존의 기반을 위협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헉’, '충격‘, ’경악‘, ’멘붕‘스러운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뉴스스탠드가 세련되지 않은 서비스라는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자. 네이버 바지춤만 잡아야 하는 현실을 만든 장본인이 누군가. 과연 디지털시대, 언론사가 한 게 뭐가 있나.
콘텐츠 유통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소극적 대처만을 반복했을 뿐이다. 모바일과 SNS로 미디어환경이 급변하는 이때도 여전히 신문과 방송에 집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저널리즘 위기는 전세계적 현상이라고 설명하기에는 예외사례가 너무 많다. 이미 미국에서는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유료화에 성공했다. 또 허핑턴포스트, 테크크런치 등 취재현장에서부터 콘텐츠 유통까지 신기술을 적극 활용한 매체들이 무섭게 떠오르고 있다.
지금이라도 언론사는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 온라인전략을 재수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조직 자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스스로 인터넷기업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경영자, 기획자, 개발자 중심의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자들 역시 글만 쓰면 된다는 고루한 생각에서 벗어나 디지털인재로 거듭나야 한다.
따지고 보면 언론사와 포털은 인터넷 이용자와 온라인광고시장를 두고 경쟁하는 관계다. 이해진 의장이 디지털 조선일보에 찾아간 것도 후배로서 배움을 얻기 위함이었다. 반면 언론사는 경쟁에서 도태된 것을 ‘포털의 횡포’라며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
공자가 말하길 수치를 아는 것은 용(勇)에 가깝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부끄러운 줄 알고 혁신에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