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곽보연기자] 삼성그룹이 올해 총 49조원 수준의 투자 계획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발표한 47조8000억원보다 다소 늘어난 규모로 사상최대다. 지난해 실제 집행액보다는 약 10% 상향했다.
다만 삼성이 올해 고수해온 '시황에 따른 탄력적 투자'의 원칙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어서 49조원을 고스란히 투자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각 그룹들이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항목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어 49조원 중 실제 국내에 투자될 금액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30대 그룹 사장단 간담회’에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올해 투자 금액은 세계적인 실물경기 침체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투자환경이 그리 좋지 않지만 글로벌 경기가 회복된 이후 시장 주도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계획을 세운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삼성그룹은 고용인원과 관련해 지난해(2만6100명)와 비슷한 수준을 계획했지만 일정 부분 더 늘릴 수도 있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김종중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사진)은 고용 인원을 더 늘릴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가급적 확대하겠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삼성뿐만 아니라 30대 그룹 대다수도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노력에 어느 정도 화답하는 모양새다. 최근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안 등 각종 정책수단을 총동원하는 등 경기 활성화에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재계도 경제민주화보다 '경제 살리기'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 반색하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투자계획과 관련해 구체적인 숫자를 철저하게 비공개에 붙여온 삼성이 정부의 요청에 선뜻 49조원이라는 숫자를 내놓은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이 삼각편대를 이뤄 재계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데다, 금산분리·경영승계와 관련한 정부 규제 및 비판적 여론 등 각종 문제가 산적한 삼성 입장에서는 박근혜 정권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계산이 깔린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종중 삼성그룹 사장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정부에서 방향을) 알려주시면 반영하겠다"며 정부 계획안에 순응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기업의 경영활동에 있어서 정부 계획에 협력하는 것도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라며 "새 정부의 계획에 맞게 잘 맞춰나가는 게 기업 입장에서도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