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148조8천억 투자로 박근혜 정부에 '화답'

투자계획 작년보다 한달 이상 늦게 발표..일부 10대그룹 투자확정 지연 탓

입력 : 2013-04-04 오후 2:33:56
[뉴스토마토 양지윤·곽보연 기자] 국내 30대 그룹이 올해 148조8000억원을 투자하고 12만800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7.7%, 1.5% 늘어난 수치다.
 
예년에 비해 한 달 이상 발표를 미룬 재계가 박근혜 정부 초기 높아진 투자와 고용에 대한 기대에 고심끝에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30대그룹은 4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간담회를 가진 뒤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각 그룹별 구체적 투자·고용 계획은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30대 그룹, 올해 설비투자에 91조 책정..고용, 작년보다 1.5% 증가
 
30대 그룹은 올해 설비투자에 91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9.6% 증가한 수치다. 연구개발(R&D)에는 전년보다 13.8% 늘어난 29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주요 투자계획을 살펴보면, 자동차 산업에서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신차 R&D 확대하고, 양산을 늘릴 예정이다.
 
반도체는 차세대 메모리 및 시스템반도체 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디스플레이와 통신은 각각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패널라인에 대한 투자와 함께 롱텀에볼루션(LTE)망 구축과 질을 개선할 예정이다.
 
고용 규모도 확대한다. 30대 그룹은 지난해보다 1.5% 증가한 12만80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4만7000명을 고졸자로 채용할 계획이다.
 
◇10대그룹, 30대그룹의 84.7%..현대차 제외하면 전년보다 증가
 
주요 10대그룹의 올해 투자금액은 30대그룹의 84.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부처 업무보고에서 10대그룹의 올해 투자금액이 지난해보다 7.3% 증가한 122조7000억원이라고 밝혔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재계 1위인 삼성은 올해 49조원대의 투자 계획을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47조8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4조1000억원보다 3000억원 줄어든 13조8000억원 내외로 정했다. SK그룹과 LG그룹은 사상 최대 규모인 각각 16조6000억원, 20조원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1조5000억원, 3조2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이밖에 롯데그룹(6조8400억원), 포스코(8조원), 현대중공업(2조원대), GS(2조7000억원), 한진(2조원 추정), 한화(1조5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표=뉴스토마토.
 
◇30대그룹 투자계획 지각, 삼성·현대차 등 10대그룹 투자계획 지연 탓
 
30대그룹의 투자계획은 예년에 비해 한 달 이상 늦게 나왔다. 재계 1, 2위인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한화그룹 등 투자규모가 큰 일부 그룹이 투자계획을 확정짓지 못하면서 1분기가 지나서야 발표된 것이다.
 
이처럼 투자계획 발표가 늦어진 것을 두고 재계 안팎에선 박근혜 정부의 출범이 기업들의 투자·고용 계획에 상당 부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당초 일부 주요 기업들은 대내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투자계획을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권 초기 투자와 고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이에 부담을 느낀 그룹들이 투자확대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재벌개혁을 전제로 한 경제민주화를 강조한 상황인 만큼,  재계가 투자와 고용에 적극 협조하는 자세를 취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새 정부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기부양을 강조한 박근혜 정부에 화답을 보냈다는 얘기다.  
 
◇30대기업, 규제 불확실성 해소 등 업계 고충 전달
 
정부와 30대그룹 사장단은 투자·고용 계획 발표와 함께 개별 기업이 당면한 고충을 정부에 전달했다. 규제와 법제도의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노사문제와 정년연장에 따른 부담을 정부에 호소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각 그룹별 고충을 장관께 전달했다"면서 "이에 윤 장관은 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데 지원할테니 기업들도 노력해주길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각 기업별 투자·고용계획은 개별 기업의 사장에 따라 별로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일부 기업은 투자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았지만,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 투자와 집행을 더 늘리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이날 "'고용률 70% 달성'과 '중산층 70% 복원'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선도적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철폐하고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면서 "기업들도 동반성장 문화 확산과 사회적 책임 이행 등 건전한 기업 생태계 조성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회동에는 윤 장관 외에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김영태 SK 사장, 조석제 LG 사장, 채정병 롯데 사장 등 30대 그룹 사장단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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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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