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업계,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 논의에 '눈치'

학계·정치권 "의무재송신 대상 확대" 한 목소리..유료방송계 '관망세'
블랙아웃에 따른 시청자 권익 침해 우려도

입력 : 2013-04-05 오후 4:39:32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지상파 재송신 분쟁 타결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유료방송업계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재송신료 협상 시한인 11일이 바짝 다가온 상황이지만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티브로드와 현대HCN은 협상을 지속해야 할지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의무재송신 확대를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된 데다 학계에서도 이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는 탓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와 현대HCN·티브로드간 재송신 협상이 교착국면에 접어들었다. 지상파 3사와 현대HCN는 지난달 19일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협상 타결에 실패했다. 이후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티브로드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HCN과 티브로드는 지난 2월 법원으로부터 오는 12일부터 신규가입자에 지상파 재송신을 할 수 없다는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이를 위반하면 지상파 사업자 당 3000만원의 간접강제금을 물어야 한다. 협상시한을 단 7일 남겨두고 있지만 두 MSO가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지상파 재송신 개선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의무재송신 확대를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 내용을 보면 지상파 의무재송신 대상을 KBS 1TV, EBS 외에 KBS 2TV, MBC로 확대하도록 했다. 또 재송신에 소요되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방송통신발전기금에서 지원한다.
 
남 의원은 의무재송신 대상 이외의 지상파 방송 재전송은 사업자 간 자율 협정에 따르도록 했으며, 이를 논의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사, 케이블TV 사업자, IPTV 사업자 등 모든 관련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상파들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국회 통과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유료방송업계는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다.
 
한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만에 하나라도 남 의원의 법안이 통과될 지 모르기 때문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이 가능성 때문에 현대HCN과 티브로드도 지금 협상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지 눈치를 보고있다"고 말했다.
 
언론 학계에서도 의무재송신 채널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는 5일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주최한 ‘방송의 공익성과 시장의 자율성: 지상파 재송신을 둘러싼 이슈와 쟁점’ 토론회에서 "지상파 방송의 의무 재송신 채널 수를 현행 KBS1과 EBS에서 KBS 전체와 MBC, SBS까지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MBC, SBS는 지상파 수신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은 소홀하면서 프로그램 사용료만 챙기려 하고 있다"며 "시청자들은 이미 공영방송에 시청료를 내고, SBS 등 상업방송에 대해서는 광고 시청을 통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상파 방송의 직접수신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상식 교수는 "현재 지상파 방송의 직접수신비율은 7.9%에 불과하다"며 "모든 지상파방송사들이 직접수신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방송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료방송업계가 눈치를 보며 재송신 협상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시청자들의 권익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협상이 마무리 되지 않는다면 현대HCN·티브로드에 12일 이후 신규 가입한 가구에서는 지상파를 보지 못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희상 미디어시민모임 사무처장은 "블랙아웃이 또 발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돌아간다"며 "재송신 문제는 이해당사자 간 협상이 아니라 시청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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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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