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려가 코스피시장을 타격했다. 증권가는 그동안 북한 리스크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이번에는 그 충격이 보다 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전거래일인 지난 5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1916포인트까지 급락하며 연저점을 기록했다. 지수가 1916선에서 움직인 것은 지난해 11월28일 이후 처음이다.
미국 경제지표 부진과 엔·달러 환율 상승을 비롯해 STX그룹 이슈, 현대·기아차 리콜 사태 등의 내부 변수까지 악재는 대내외 곳곳에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북한발 리스크가 투자심리를 바짝 위축시켰다.
현대증권은 "현재 악재들 중 북한 리스크는 통제가 불가능한 변수로서 예측보다는 대응이 중요한 사항"이라며 "경험적으로 북한 도발에 의한 증시 충격은 단기로 제한된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간 '학습 효과'가 이루어지면서 북한 리스크에 대한 일종의 '내성'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지난 4일 코스피지수가 두드러지는 낙폭을 기록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이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엔 다르다..대외 불안심리 확대, 중국의 대북 억제력 약화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5일 "북한의 전쟁 위협이 고조되면서 주식시장의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과거의 경험에만 빗대어 조정시 적극적인 매수 대응을 하라고 권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첫번째 이유는 북측의 공격 범위와 대상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북한군이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까지 거론하면서 미국의 대응이 특히 빨라지고 있다"며 "일본이나 영국도 일제히 북한 탄도 미사일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의 대북 억제력에 의구심이 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사태를 조율하고 통제할 수 있는 대표적 주체인 중국이 북한에게 여러 차례 자제를 촉구했지만 북측의 반응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며 "북측의 정치적 타협 의지도 약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그간 중재자 역할을 담당했던 중국이 대북 억지력 약화로 인해 예전과 달리 모호한 스탠스를 취하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중국 관영언론인 환구시보가 '미국도 겉으로는 북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핵 포기를 단념한 상태'라고 보도한 것을 인용했다.
이에 노 연구원은 "극단적인 상황은 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예전과 달리 사태 해결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제한적 영향..중장기 방향성 결정할 변수는 아니다
여전히 대북 리스크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5일 "이번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증시의 방향성을 결정할 변수는 아니다"라며 이번 리스크의 전개 과정을 3가지 시나리오로 예상했다.
최악의 경우는 북한이 실제로 물리적 도발에 나서는 경우이며 중립적인 상황은 북한이 반복적인 무력 시위와 헐리우드 액션을 지속하며 남북 긴장모드를 연장시키는 경우. 최상의 시나리오는 주변국과 국제 공조체제를 강화해 북한의 도발 위협이 중단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북한의 대응 수위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경험상 사전경고 이후 실제 물리적인 도발에 나선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중립적인 시나리오가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북한 관련 사건들이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중장기 방향성을 결정하거나 실물경제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고 말했다.
변동성 확대는 예상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경우 추가적인 지수 하락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적극적 매수 대응보다는 변동성 활용해야
증권가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해석은 달리 했지만 현 시점 투자전략에 대해서는 공통적인 시각을 보였다.
적극적인 매수 대응보다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변동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변수가 복잡해지고 투자심리가 약해진 만큼 매수 템포를 조절하고 기업의 이익레벨에서 적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과의 전면전과 같은 초유의 사태를 가정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큰 틀에서 코스피 매수 가이드라인을 1900포인트로 제시했다.
한양증권은 "남북 긴장모드가 장기화될 경우 학습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적극적인 매수 대응보다 변동성을 활용한 분할매수 대응이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