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원재료 상승에 따른 경영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을 호소하며 연말연초 제품 가격을 올렸던 식품업체들이 지난해 CEO들의 연봉도 함께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감원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품가 인상을 주장했던 CJ제일제당과 농심, 동원F&B 등 주요 식품업체 등기임원들의 연봉이 모두 인상됐다.
일부 기업은 최대 3억원 가량 인상되기도 했다. 사외이사를 제외한 등기임원이 대부분 오너 경영자임을 감안하면 경영악화를 핑계로 한 가격인상이 오너가 주머니만 채워준 셈이다.
국내 대표 식품 회사인
CJ제일제당(097950)은 지난 1월 밀가루 가격을 8.8% 올린데 이어, 된장과 고추장값은 7.1% 인상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콩나물·두부 등을, 8월에는 햇반 등 가공 식품 가격을 대폭 올렸다. 당시 인상 명분은 원자재가격 인상 등으로 인한 경영실적 악화 등이었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등기임원 1인에게 평균 31억8000만원의 연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등기임원 1인당 평균 연봉이 28억9300만원임을 감안하면 전년대비 평균 10% 가량 인상된 것이다. 제품 가격 인상률보다 등기임원 인상률이 더 높다.
경영악화를 초래한 임원들에게 '채찍 대신 당근'을 준 셈이다.
지난해 8월 새우깡, 수미칩 등 스넥류 가격을 최대 11.1% 인상한 농심은 등기임원 보수를 전년대비 20% 가량 인상했다.
지난해 등기임원 4명에게 지급한 보수는 22억9434만원8000원이다. 1인당 5억7358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등기임원이 줄어 전체 지급액수는 감소 했지만 1인당 평균 지급액은 4억5051억원에서 1억2000만원 오른 것이다.
지난해 최대 9.8%까지 올린 동원F&B의 등기임원 1인당 지난해 평균 연봉도 1억7100만원으로 전년 1억5600만원보다 소폭 올랐다.
동원F&B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211억6894만667원으로 전년 378억4001만9162원에서 대폭 감소했지만 임원들의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두꺼운 월급 봉투를 받아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수많은 식품기업들이 실제로 경영악화를 경험하면서 이를 타개하는 방편으로 가격 인상을 했지만 일부 대기업이 인상분에 대해 소비자 만족도 향상에 힘쓰기 보다 CEO를 비롯한 등기임원의 연봉을 올린 것은 전체 식품업계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 수 있는 행태"라며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