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가 9일 발표한 대선평가 보고서에서 지난 대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안철수 후보와의 아름답지 못했던 단일화 과정을 거론했다.
보고서에 안 후보의 이름이 거론된 것에 대해 단일화 상대였던 문재인 전 대선후보는 "안 후보에게 조금이라도 상처가 되는 일이 제발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과 김재홍 대선평가위원회 간사위원은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종 대선평가보고서를 발표하며 "대선에서 선거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최대 요인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었다"면서도 "단일화는 이루어졌지만 유감스럽게도 '단일화 협상'은 실패했다"고 감동없는 단일화 과정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11월6일 두 후보가 양자 회동 후 협상 시작을 알리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후 11월14일 안 후보가 단일화 협상의 중단을 선언할 때까지 두 캠프 모두 활발한 언론 플레이를 전개했는데, 이는 협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소통이 잘못 관리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보고서는 또 양측이 이후 협상 재개·양자 회동·TV토론 등을 거치고 협상을 진행하며 지리멸할한 협상을 진행했다고 밝히면서 "두 후보는 11월22일 비공개 양자 회동에 임하면서, 양보에 의한 단일화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두 후보가 감정적 격앙 상태에서 격론을 주고받은 후 성과없이 헤어졌다"고 협상 비화를 털어놨다.
보고서는 '안철수 캠프'를 '카리스마 공동체'로 규정하며 정당과는 다른 집단적 성격을 설명했다.
보고서는 "민주당이 다양한 집단들이 섞여있는 거대한 정당인데 반해 진심 캠프는 안철수의, 안철수에 의한, 안철수를 위한 조직"이라며 "양쪽의 의사결정구조가 다르다. 진심캠프에는 후보와 각을 세우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사람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짐작하며 두 집단의 차이를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양측이 "소통의 면에서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해찬 전 대표의 사퇴를 둘러싸고 겪은 양측의 불통을 예로 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월31일 민주당 선대위 산하 '새로운 정치위원회'가 정치쇄신을 위한 인적쇄신 방안 중 하나로 안 후보측에서 거부감을 보여온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이어 11월16일 안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문 후보를 향해 "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당 혁신 과제들을 즉각 실천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이 전 대표가 사퇴하자 안 후보는 "민주당에 요구했던 것은 인적 쇄신이 아니었다"며 "그럼에도 이 전 대표의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결단을 내리셔서 진심으로 존중의 말씀을 드린다"고 반응했다.
보고서는 "이런 안 후보의 발언에 민주당이 심각한 분노를 느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안 후보의 발언은 민주당으로서는 달리 해석하기 어려운 분명한 메시지였고 민주당은 그것을 어렵게 수용했는데, 안 후보의 발언은 유력 정치인이 내린 결정을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착오의 결과로 깎아내렸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두 후보 모두 상대에게 양보를 요구했는데 상대가 양보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 별다른 대책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로 상대의 양보를 전제하고 협상을 했던 셈"이라며 "매우 나이브한 대처"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양측이 증언이 다른 '안 후보의 민주당 입당 제안'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고도로 예민하고 정신적 압박이 심한 마지막 협상 장에서 상대와의 사전 교감 없이 불쑥 던질 수 있는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적절한 형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안 후보측을 비판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단일화 협상 실패의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문재인·안철수 단일화가 DJP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보다 나은 면이 있었다"며 "이념적 거리와 지지기반의 차이가 적었다. 두 후보 지지층 모두 새누리당의 재집권과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막아주기를 바랐던 이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보고서는 최종적으로 단일화 과정에 대해 "쌍방이 무능력했다"며 "양측은 자신이 승리한다는 기본 가정 위에서 협상을 했을 뿐 다른 가능성을 예상하지도 준비하지도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대선평가보고서는 "당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과정에서 민주당의 많은 이들에게서 안 후보 캠프의 협상 방식과 스타일에 대한 불만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평가위의 활동은 일차적으로 민주당을 위한 것이며, 민주당을 수신자로 한 것"이라거나 "민주당 내의 인식과 일반 대중의 그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고 전제했다.
또 "안 캠프의 문제점에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바로 그 때문에 자신의 지지율을 올리거나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