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최근 노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잇따라 개봉되며 주목받고 있다.
젊은층에 어필할 수 있는 주제가 주류를 이뤄왔던 영화계에 때아닌 고령바람이 부는 것은 수명 연장으로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생)등 중장년층과 고령 고객층이 두터워졌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 `아무르` 5개월째 인기몰이
12일 영화계에 따르면 70대 거장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 '아무르(Amour)'는 5개월째 상영되며 조용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19일 개봉한 이 영화는 현재까지 7만8174명을 동원했다.
80대 노부부의 사랑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묵직한 성찰을 안겨주는 이 영화는 다소 무거운 주제와 12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40~60대 연령층의 입소문을 타고 롱런 중이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콰르텟(Quartet)은 음악가들의 집 비첨하우스에 모인 한 때 잘나가던 오페라 가수 4인의 사랑과 우정을 다룬 작품이다.
평생의 순애보를 간직한 채 40년 만에 재회한 주인공들이 마지막에 손을 맞잡는 모습은 노년에 완성되는 사랑도 풋풋할 수 있음에 미소지어진다.
이 영화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올해 76세가 된 할리우드 명배우 더스틴 호프만의 감독 데뷔작이기 때문이다. 그는 배우생활 40여년 만에 신인 영화감독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노년의 '성(性)'을 소재로 다룬 영화도 있다. 메릴 스트립과 토미 리 존스가 주연한 영화 '호프 스프링스(Hope Springs)는 결혼 30년차 부부의 일주일간 부부클리닉 참가기를 다루고 있다.
'언제 마지막으로 성생활을 했나'에서부터 이어지는 서로의 성에 대한 기억과 환상에 대한 질문과 답이 오가는 사이 서로 얼굴을 붉히기도 하며 가슴에 맺혔던 응어리를 해소해 나간다.
오는 18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송포유(A Song for You)는 사랑하는 부인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기 위해 합창 오디션에 도전하는 까칠한 노인 아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개봉 전부터 대규모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접한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고객몰이에 나섰다.
◇"고령시대..영화도 고령층 눈높이 맞출 수 밖에"
내달 초 개봉이 예정된 우리영화 '고령화 가족'은 고령화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작가 천명관의 동명소설 '고령화 가족'을 재해석한 이 영화는 어느 집에나 하나쯤 있을 법한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지니고 있는 평균나이 47세의 고령화 가족을 다루고 있다.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은 "영화는 저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이라는 점에서 은퇴자들이 부담없이 찾을 수 있다"며 "관객층이 고령화되고 있고 블럭버스터급 영화보다는 7번방의 기적이나 아무르처럼 가족과 부부간의 관계를 주제로 한 영화가 고령층에게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앞으로 다양한 고령화 관련 영화들이 출시될 것"이라며 "앞으로 영화산업도 고령자 눈높이에 맞춰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