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이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불출석한 정지선
현대백화점(069960) 그룹 회장(41)이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현행법상 국회의 증인 출석 요구에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증인출석 요구에 3차례 불응한 정 회장은 경합범으로 법정최고형의 1/2를 가산한 최고 1500만원까지 선고될 수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성수제 부장판사는 11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 회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민적 관심사인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으면, 공인이자 중견 기업인인 피고인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출석했어야 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국회에 출석해 자신의 소견을 피력하는 게 일반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증인 출석 요구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해외출장을 감행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양형이유에서 "피고인의 처벌이 한국의 대형유통협체에 미칠 영향은 고려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재벌가의 일원이란 이유로 형사적 불이익을 가하면 안된다는 점도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국회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고 정중하게 불출석 사유서를 준비해 제출하고 양해를 구했다"며 "현대백화점의 책임 담당자에게 주요 심문 사안에 대해 국회에서 설명하도록 조치했다"고 인정했다.
이와 함께 "피고인은 회사의 공동대표이사에게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대기하도록 하고 예정된 해외출장 일정을 조정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며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해 피고인이 경영하는 현대백화점은 SSM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회도 미리 예정된 피고인의 해외 출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말의 소통과 배려심 없이 증인채택을 의결했다"며 "해외출장 특성상 피고인이 증인으로 출석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현대백화점이 국내 유통 시장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을 감안하면 유죄 판결 자체로 받을 이미지 손상이 클 것"이라며 "피고인이 향후 국회에서 증인으로 다시 채택되면 성실히 임할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징역형은 과도란 양형"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이날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앞서 서울중앙지법에서 취재진과 만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국회의 증인) 출석요구에 응하지 못해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정 회장 측은 판결 결과에 승복하고, 항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앞서 검찰은 정 회장을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벌금 4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정 회장이 청문회를 포함해 모두 3차례나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점을 들어 검찰의 구형 형량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