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왕년의 TV 황제 소니가 울트라HD TV를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소니는 지난 1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55·65인치 크기의 울트라HD TV를 오는 6월부터 판매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55인치와 65인치 울트라HD TV 가격은 각각 50만엔(한화 568만원), 75만엔(853만원) 전후로 책정될 전망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이달 중순부터 같은 크기의 제품을 4999달러(약 568만원)와 6999달러(약 796만원)에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하반기 84인치 울트라HD TV를 선보인데 이어 올해는 이보다 사이즈를 줄여 40인치 이상의 대형 TV로 발을 넓힌 것이다.
주목을 끄는 것은 단연 가격이다. 이번에 출시한 55인치 TV의 가격은 지난해 출시한 84인치 제품(168만엔·1900만원)의 30%, 65인치는 반값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소니 재팬 홈페이지에 소개된 55·65인치 울트라HD TV
특히 소니는 지난해 연말 84인치 울트라HD TV의 가격을 동일한 크기인 LG전자 울트라HD TV(2500만원)의 76%, 1인치 큰 삼성전자의 85인치 울트라HD TV(4000만원)의 47.5% 수준으로 책정하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웠다.
울트라H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차세대 TV 시장에서 한국의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기술을 선점하며 경쟁에서 밀려나게 되자 가격을 무기로 반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도시바 역시 가격을 주무기로 삼을 태세다. 도시바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3에서 올 봄 1인치에 1만엔(12만원)이하인 58·65인치 울트라라HD TV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도시바의 설명대로라면 58인치는 650만원대, 68인치는 770만원대가 되는 셈이다.
소니가 가격을 무기로 공격적으로 나선 것은 만성적인 적자 누적에 따른 자구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오는 5월 실적 발표를 앞둔 소니는 TV 사업부문에서만 9분기 연속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만성적인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회사는 올해 상반기 TV 출시 모델을 지난 2011년보다 3분의 1수준인 11종으로 대폭 축소하는 한편, 울트라HD TV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에 승부수를 띄웠다. 일종의 극약 처방인 셈이다.
◇소니의 84인치 울트라HD TV
가격을 대폭 낮춘 소니의 전략에 일본 언론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울트라HD TV 전용 콘텐츠가 부족한데다가 시장의 주력 상품은 여전히 40인치 미만의 평판 TV가 판매량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특히 울트라HD TV의 매출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적자만 키워 수익성 회복에 찬물을 끼얹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언론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마무라 마사시 소니 TV 사업담당 업무집행 임원은 지난 11일 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 좋은 소리, 더 깨끗한 영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잠재적인 요구가 크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발 앞서 차세대 TV 시장을 선점한 국내 업체들은 소니를 비롯한 일본 TV제조사들의 가격 공세에 아쉬울 게 없다는 입장이다. 프리미엄 시장이 고가 제품으로 구성된 만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은 중저가 시장에서나 통한다. 프리미엄 시장의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제품 경쟁력을 선호 한다"면서 "소니를 비롯한 일본 가전업체들의 가격 공세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니의 전략은 가격을 낮춰 출하량을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이익을 늘리겠다는 것"이라면서 "액정장치(LCD) TV 시장에서 울트라TV 가격은 여전히 높은 가격 때문에 판매량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연구원은 "각 TV제조사들이 OLED TV의 본격 양산·판매에 앞서 울트라HD TV가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소니의 울트라HD TV 출시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