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추경)구멍 메우는데 `12조`, 경기부양에는 고작 `5조`

입력 : 2013-04-16 오전 10:00: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지난달 말 한국판 '재정절벽'이 올 것이라며 공포감을 조성했던 정부가 해결책으로 역대 두번째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안을 들고 나왔다.
 
올해 세입부족분으로 예상되는 12조원을 메우는 세입경정예산과 경기부양을 위한 5조3000억원 규모의 세출경정예산이다.
 
국회 동의절차가 필요없는 2조원 규모의 기금운용계획 변경과 공공기관의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투자액 1조원 확대방안을 포함하면 추경을 포함한 재정지출규모는 20조원대로 늘어난다.
 
기획재정부는 16일 이같은 내용의 추경 편성안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추경안을 오늘 18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추경예산 70%를 세입경정에 사용
 
이번 추경은 세입경정추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세수입 구멍을 메우는 것이 주를 이룬다.
 
금액적으로 전체 추경 규모 17조3000억원의 69%가 넘는 12조원을 세입결손 보전에 사용하도록 했기 때문에다.
 
정부는 당초 올해 성장률을 3.0%로 내다봤지만 지난달 수정전망에서는 2.3%로 크게 하향조정하면서 올해만 약 6조원의 국세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또 올해 계획했던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지분매각이 사실상 물건너 가면서 이들 지분매각을 통한 세외수입 6조원도 세입에서 큰 구멍이 됐고, 추경을 통해 이를 메운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추경의 배경이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이기 때문에 추경예산의 상당수가 세출예산에 배정되어 경기부양에 사용되어야 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용처는 세수입 구멍메우기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잘못된 경기예측과 성장전망, 그리고 무리한 세외수입계획을 통해 세수입에 구멍을 양산해 놓고 뒤늦게 추경이라는 빚을 내어 이를 수정하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작년에 예산편성을 잘 못 한 것을 감안하지 않고 추경을 얘기할 수 없다"면서 "한 100조쯤 추경해서 그중에 12조는 세입경정하고, 나모지 88조는 경기부양에 쓴다면야 이해가 가지만 17조 편성하면서 정부 귀책을 수정하는 12조를 세입경정한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 추경사례를 보더라도 경기부양을 위한 세출경정예산이 세입경정예산보다 훨씬 많았다.
 
2006년과 2008년은 각각 2조2000억원과 4조6000억원의 추경예산을 전액 세출조정에만 사용했고, 역대 최대규모 추경이던 2009년에도 세출경정예산이 17조2000억원으로 세입경정 11조2000억원을 크게 앞질렀다.
 
◇경기부양효과 '안갯속'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올해 0.3%포인트, 내년에 0.4%포인트 수준의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마저도 7조3000억원의 지출확대를 통한 성장률 제고 효과는 올해 0.1%포인트에 그치는 것으로 전망됐다. 세입경정을 통한 나머지 0.2%포인트는 성장률 상승효과가 아니라 성장률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하락을 방지하는 효과로 평가됐다.
 
결과적으로 추경이 정부 의도대로 효과를 발휘해 준다고 하더라도 올해 연간 성장률은 겨우 2.4%선에 그친다.
 
2009년 추경 때 17조원이 넘는 세출증액으로 1.5%포인트 수준의 성장률 제고를 전망했던 것에 비해 경기부양 기대효과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추경예산의 상당부분을 경기부양보다는 잘못된 세입예산을 바로잡는데 사용하다 보니 경기부양을 기대하기도 마땅치 않은 것이다.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있었던 기획재정부의 4월국회 업무보고에서도 이번 추경이 경제성장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지금과 같은 추세로 가면 당분간 2%대 저성장이 지속될텐데 여기에 복지수요가 계속 증가한다면 국채발행이 올해로 끝이 나지 않을수도 있다. 매년 추경하고 메울 게 아니라 증세문제를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은 "벌써 3월에 세입이 3조원이 구멍이라고 하는데 6조원으로 세입부족을 막을 수 있겠냐. 세수결함은 더 정확하게 봐야 한다"며 "국채발행을 더 여유있게 하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국채발행을 덜하면 된다. 지금 숫자맞추기에 급급하면 또 여러가지로 차질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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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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