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유럽 의약품청(EMA)에서의 승인이 예고된 5~6월쯤 가지고 있는 모든 지분을 다국적 제약사에 매각할 것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액 주주와 회사 직원, 파트너의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며 이르면 EMA 승인이 나오는 5월 본인의 모든 기득권을 매각하고 사업일선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그는 "회사를 설립 이후 12년만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시켰지만, 비정상적인 공매도 세력의 불법행위와 주변의 시기, 질투, 불필요한 관심과 루머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 같은 일이 더 반복되다가는 그동안 회사를 위해 도와줬던 파트너들 주주, 임직원들에게 피해가 커질 것이라 생각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런 지분 매각 이유는 이전부터 제기됐던 공매도 세력이었다.
서 회장은 "불법 공매도 세력의 집중매도 공세에 회사 스스로 적극 대처하는 한편, 회사와 주주들이 관계기관과 당국에 철저한 조사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관계당국은 움직이지 않았다"며 "단순한 슬로건만으로 창조적기업이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회장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공매도 금지기간을 제외한 432 거래일 중 95.4%인 412일 동안 공매도가 지속됐고, 일중 공매도 비율이 높을때는 35.3%에 달했다.
또, 지난 15일에는 공매도 비율이 23.87%에 달했고 통상 예금금리 수준인 연 2~3%인 대차금리는 연 25% 급등하는 등 비정상적인 모습이 지속됐다는 설명이다.
서 회장은 퇴진을 결심한 자리인 만큼 정부와 기관의 제도운영에 대한 제고노력을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당국은 비정상적인 공매도에 대해 제한규정과 제도시행 의지를 밝혔지만 불법 공매도 세력이 시장을 망가뜨림에도 아무런 장치가 작동되지 않았다"며 "기간과 금리, 통계 등에 있어 아무런 규제가 없다보니 자본력이 큰 투기세력에 의한 공매도 공격에 상장기업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상현상을 잡기 위해 회사 스스로도 수천억원의 주식매수에 나서는 등 적극적 대처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공매도와 함께 생산 유포되는 악성 루머에 대해서도 당국이 너무나 너그러운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국가 기관이 무얼했고, 어떤 제도를 운영했는지 고민해보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며 "국가기관과 사회의 노력이 이러한 피해를 야기했다는 점을 이해하고 솔직한 고백이 새로운 질서를 잡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분매각과 관련해 "본인은 한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을 만들고자 했던 스스로의 꿈을 잃게 되는 애석한 일임과 동시에 국가로서는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의 주요기업이 단순한 개발·생산기지화로 전락되는 손실"이라면서도 "회사의 입장에서는 또 한번의 도약을 이룰 수 있는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분 매각 결정과 관련해 그는 "본인때문에 생길 수 있는 루머를 끊고 새질서를 잡는 사례에 도움이 되겠다는 의지로 가족이나 다른 대주주와의 상의없이 내린 결정이며 번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1조3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사업가가 지쳤다는 사실이 아이러니 하다"고 덧붙였다.
향후 행보와 관련해 서 회장은 "창업 당시 무에서 유리를 만든 창업자를 성장에 어려움을 경험했다"며 엔젤투자 등 벤처창업자들에 대한 길잡이 역할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