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유럽판매 '비상'..정의선 급거 유럽행

현대차 1분기 유럽 판매 10만9693대 그쳐..전년동기比 4.7%↓

입력 : 2013-04-19 오후 3:01:18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고속질주에 끝내 제동이 걸렸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판매가 급감하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급기야 정의선 부회장이 판매 침체에 빠진 유럽시장을 점검하기 위해 출장길에 올랐다.
 
1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전날 독일과 체코, 터키 등 유럽 판매법인과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현지 시장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유럽으로 출장을 떠났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가 '3월 자동차 판매 동향'을 발표한 다음날 정 부회장이 긴급하게 출장길에 올랐다는 점에서 유럽시장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현대차(005380)는 올해 1분기 유럽에서 10만9693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4.7% 감소했다. 유럽시장 침체에도 홀로 승승장구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리던 현대차에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K-시리즈를 앞세운 기아차의 선방. 기아차는 같은 기간 8만2751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3.5% 판매량이 증가했다. 브랜드 가치 제고와 높은 품질력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다.
  
◇현대차, 분기별 영업이익·이익률 추이. (자료 : 현대차, HMC)
 
문제는 유럽에만 그치지 않았다. 미국시장 역시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파상공세를 펼치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에 밀리면서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현대·기아차(000270)는 미국시장에서 지난 2011년 8.9%까지 치솟았던 시장점유율이 올 들어 7.9%로 후퇴했다. 특히 지난해 연비 파동을 겪으며 시장의 신뢰를 저버린 게 직접적 타격이 됐다.
 
반면 도요타는 올해 1월 미국시장 판매가 27%가량 증가하면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았다. 이 기간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고작 2% 늘어난 게 전부다. 현대·기아차가  일본에 밀려 미국시장에서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시장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생산성이 감소한 데다 주말 특근제, 비정규직 문제 등을 둘러싼 노사갈등까지 한꺼번에 터지면서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접어들었다.
 
시장에서는 올 1분기 기아차의 영업이익을 7000억원 안팎으로 예상하기까지 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6% 감소한 수치다. 기아차는 오는 26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과 과장연비 논란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으면서 어렵게 쌓아 올린 신뢰를 한순간에 추락시켰다”면서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불황이기 때문에 업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에게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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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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