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최근 청년 실업을 해소하고 은행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한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금융권이 공동으로 금융연수원에 `은행 초급 실무 과정'을 개설해 대학 졸업자들에게 기본적인 급여를 주면서 은행 실무를 익힐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신 행장은 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청년들이 직업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장들 중 `맏형'격인 신 행장은 늘 새로운 것을 구상한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을 돕기 위해 은행권 대주단 협약을 생각해낸 사람도 신 행장이다.
그는 "생산 현장에서 자금을 못 막아서 부도가 나면 하도급 업체까지 연쇄효과가 크기 때문에 자금을 지원하자는 취지였다"면서 "하지만 구조조정 얘기가 먼저 나왔다"고 아쉬워했다.
1982년 신한은행 개설준비위원으로 시작해 자금부장, 영업부장, 은행장까지 오른 신 행장은 오는 3월 행장 임기를 마친다.
◇ "곪은 곳 빨리 째야 새살 돋아"
- 기업 구조조정 계획은.
▲ 살 수 있는 기업, 즉 옥석을 가려서 지원해야 한다.`에비타'(EBITDA,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가 안 나오는 업체들은 빨리 회생 프로그램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 업체들은 사주가 경영권을 쥐고 있지 말고, 놓아야 한다. 중소기업의 오너(사주)들은 그런 면에서 폐쇄적이다. 또 `앞으로 잘 될 것이다'라는 환상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옆에서 남이 판단해주고 자를 것은 잘라줘야 한다. 곪은 곳은 빨리 째야 새살이 돋는다.
은행은 그런 기업에 대한 지원과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 살 수 없는 기업은 오너가 협조적으로 나오면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 자본확충펀드를 신청할 의향은.
▲ 정부가 올해 1월과 6월 나눠서 신청하라고 했는데, 현재 자본 건전성을 봐서는 1월에는 신청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앞으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부실률이 높아져서 충당금 적립 대상이 늘면 자체적으로 자본확충을 해보되, 안되면 정부에서 내놓은 보조장치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때도 신한은행은 정부 지원을 받지 않았다. 될 수 있는 대로 자력으로 조달해 시장에서 평가를 받는 게 중요하다.
- 자본확충펀드 이용 때 정부의 은행 경영 간섭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데.
▲ 돈을 빌려주면서 간섭을 하는 것은 정당하다. 간섭받기 싫은 곳은 돈을 받지 않으면 된다.
◇ "희망퇴직 안한다는 약속 지킨다"
- 해외차입에 대한 정부 지급보증을 이용할 계획은.
▲ 리먼 사태 이후 막혔던 차입 라인이 단기물 위주로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조달 가산금리 면에서는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고 중장기 차입 여건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은행권의 대외 차입 여건이 급격히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 시점에서 정부지급보증 실행 여부에 대해 언급하는 것보다는 외화자금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신한카드와 LG카드의 합병 시너지 효과는.
▲ 작년 한 해 동안 수백만 개의 카드 결제계좌를 신한은행에 유치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시너지 효과다. 그 결과 쌓이는 결제자금은 은행으로서는 저비용 수신이다.
- 은행 내 희망퇴직 시행은.
▲ 작년에 희망퇴직을 시행하면서 앞으로 (희망퇴직은) `없다'고 선언했다. 한번 이야기하면 지켜야 한다. 본점 조직은 슬림화할 것이다. 본점과 지점간 교류를 정기적으로 해서 유능한 직원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 고용창출 방안은.
▲ 금융단이 공동으로 대학을 졸업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은행 초급 실무 과정'을 개설하자고 최근 금융연수원장에게 제안했다. 이 과정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급여를 주고 펀드 등 실무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금융권의 수요가 많을 것이다. 저축은행과 증권쪽도 있다. 이들을 채용해 영업 창구에 배치하면 적응이 빠를 수 있다. 훈련이 안된 직원을 창구에 앉히면 `초보 운전'이라고 앞에 써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