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존경'에서 '비난'으로..포스코의 절망

입력 : 2013-04-23 오후 3:00:17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지난 10년간 대학생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된 포스코가 최근 비난여론의 중심에 서면서 절망에 빠졌다.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추태가 각 언론 지면을 장식하고, 여승무원 폭행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속속들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그룹 전체의 이미지 추락은 불가피해졌다.
  
포스코는 급기야 22일 해당 임원을 보직해임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존경'에서 '비난'까지의 추락은 일순간이었지만 이를 주워담는 데는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 철강산업의 대표주자인 포스코는 '국민기업'으로 출발했다. 공기업으로서 우리나라 산업 부흥기의 중심에 위치해 있었다. 뛰어난 경쟁력을 바탕으로 믿음과 신뢰를 최우선 기업가치로 설정,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했다. 국민기업으로서의 확실한 자리매김을 위해서였다. 
 
경제민주화가 태동하기 10여년 전부터 협력사들과 '성과공유제'를 실시하며 상생의 모델이 됐고, 벤처창업지원센터와 테크노파트너십 등 다른 대기업들이 생각지 못한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이면도 있었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 현대제철이 일관제철소를 가동하기 전까지 국내 유일의 고로를 갖춘 철강사였다.
 
거래사들은 포스코로부터 고품질의 철강을 저가격에 공급받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여야 했다. 심지어 협력사 사장이 찾아와도 포스코 담당 과장을 만나기 힘들다는 우스갯소리까지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철강업계에서 포스코는 슈퍼갑으로 행세해왔다.
 
줄긴 했지만, 지금도 포스코의 각 공장은 명절이면 이해 관계자들이 보내온 선물 탓에 골머리를 앓을 정도다. 관행이 문화로 정착한 셈이다. 포스코는 이를 근절키 위해 이해 당사자들에게 청첩장을 돌리지 않도록 하고, 축의금 한도를 5만원으로 정하는 등 강도 높은 사내 윤리 규범을 만들었다. 이를 어기면 인사상 불이익이 가도록 했다.
 
포스코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한 국제적 철강사로 우뚝 서는 과정은 이렇듯 순탄치만은 않았다. 관행에 기대는 부정이 있었고, 개혁이 있었으며, 부침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가 설정한 믿음과 신뢰는 점점 쌓여져 갔다.
 
그래서다. 이번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비행기 내 추태가 그래서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포스코로선 그간 어렵게 쌓아온 이미지를 한순간에 허망하게 잃은 셈이다. 당분간 포스코는 '라면'과 '여승무원 폭행'이라는 못난 꼬리표를 달 수밖에 없게 됐다. 
 
해당 임원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기 앞서 포스코의 슈퍼갑 문화를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개인이 조직의 위기를 불러온 게 아니라 관행적 문화가 조직을 위기에 빠트린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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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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