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1심 재판 내내 함구해오던 '故 노무현 前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의 출처에 대해 항소심에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조 전 청장은 그를 '서울지방경찰청장이던 당시 나보다 경찰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신뢰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청장이 지목한 이는 임경묵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전 이사장이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을 지낸 홍만표 변호사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전주혜)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조 전 청장 측은 "2010년 3월쯤 저녁식사자리에서 피고인과 강연 전에 만나,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유력 인사는 임경묵 전 이사장"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검찰 내부를 잘 알고,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하고도 가까운 사이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검찰도 조 전 청장의 발언을 듣고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조 전 청장의 발언이 끝난 직후 검찰은 "피고인이 항소이유에서 밝힌 대로 피고인보다 정보력이 뛰어나고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과 독대를 한다던, 전·현직 경찰, 검찰 간부랑 친분이 있는, 차명계좌 뿐만이 아니라 권영숙 여사의 '민주당 특검 무마' 발언을 이야기를 해줬다는 그 사람이 바로 이 분(임 전 이사장)이냐"고 물었고, 조 전 청장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조 전청장은 임 전 이사장 외에도, 강연 후에 '차명계좌'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해준 이는 전직 대검 중수부 금융자금 수사팀장 이모씨와 대검중수부 최고 책임자라고 말했다.
당초 조 전 청장은 '법정에 서길 원하지 않는다.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는 등의 사유를 대며 정보제공자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피고인의 말만으로는 믿을 수 없다. 누구로부터 들었는지 밝혀야 한다. 밝히지 않으면 그 부담은 피고인이 지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조 전 청장이 임 전 이사장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다음달 14일 임 전 이사장에 대한 증인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공판 직후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을 지낸 홍만표 변호사는 "나는 임경묵이라는 사람을 알지 못하고, 조 전 청장이 차명계좌 발언을 했을 때 차명계좌는 없다고 확실히 이야기도 했다. 조 전 청장은 법정에서 한 말을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중이던 2010년 3월 경찰관을 상대로 한 내부 강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사망했나. 뛰어내리기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지 않았느냐"고 발언해 같은해 8월 노 전 대통령 유족들로부터 고소·고발당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조 전 청장을 고인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조 전 청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 받았지만, 1심 재판과정에서 '유력인사'의 이름을 끝내 밝히지 않았고,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10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진실로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믿을만한 사람의 조직, 개인을 감쌀 것이 아니라 말한 사람으로서 그 근거를 밝혀야 한다"며 "미궁의 막연한 상태를 두는 건 허위사실 유포보다 안 좋은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