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정기자] G20 회의를 기점으로 엔저가 다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엔화 값이 달러당 100엔에 근접하면서 가격 경쟁력에 타격을 입은 국내 수출기업들을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엔저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의 엄포로 일관하던 정부가 관련 대책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뚜렷해지는 ‘엔저’ 현상..달러·엔 100엔 목전
24일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99엔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외국 투자은행(IB)들은 환율 전망치를 앞 다퉈 상향 조정하며 달러·엔이 100엔대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 기조가 견고한 가운데 G20 회의에서 사실상 엔저가 묵인돼 엔화 약세 추세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들어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엔저 현상은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평균 달러·엔 환율은 94.07엔으로 엔화 가치가 전기 대비 8.4% 절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중 원·엔 환율은 전기보다 169.1원 하락한 1177.3원을 기록하며 14.4% 절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9년 4분기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딜레마에 휩싸인 정부..시장 안정화 조치 마련돼야
정부 역시 엔저가 국내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절감하고 있다. G20 회의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북한 리스크보다 엔저가 국내 경제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데 이어 지난 23일 한국무협협회 세미나 참석해 엔저 상황을 지켜보며 필요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에서 직접적인 시장 개입은 딜레마다. 쏟아지는 시장의 요구를 외면 할 수도 없는 반면, 섣불리 시장개입에 나섰다가 환율조작국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7일(현지시각) 미국 재무부는 반기 환율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공식적으로 시장의 환율 결정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며 외환당국은 원화 환율의 변동성에 대한 스무딩 차원에서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엔저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정화 조치를 마련하고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함께 고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기업과 경쟁관계에 놓여있는 국내 기업은 엔저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자본유출입 규제를 안정화하고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함께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외환시장의 미세조정을 통해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방지해야 한다”며 “엔저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국내 산업 수출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만큼 국내 통화정책의 방향에 대한 재검토 필요하다”며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