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오적필화 사건으로 수감생활을 한 뒤 39년만에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항소한 시인 김지하씨(82)는 "나는 시인이므로 시를 통해 세상에 발언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25일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김주현) 심리로 열린 공판에 참석한 김씨는 "우리나라 시의 가장 큰 영역은 풍자"라며 "싸이의 '젠틀맨'과 '강남스타일'도 모두 풍자"라고 지적했다.
또 김씨의 변호인은 "오적 시는 국가의 부정부패를 풍자한 시"라며 "반공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1970년 사회를 '상류계급의 오적(五賊)'과 '서민계급의 오적'으로 구분한 뒤 상류계급의 사치스러운 생활상과 부정부패를 묘사한 시 '오적'을 월간지 '사상계'에 게재한 이유로 반공법 위반 혐의를 받고 100일간 투옥됐다.
이후 김씨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 배후로 지목돼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국내외 구명운동 덕에 김씨는 형집행정지를 받고 10개월만에 풀려났지만 사건의 진상을 알리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다시 6년간 옥살이를 했다.
김씨는 지난 1월 재심에서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긴급조치 제4호 위반과 국가보안법위반, 내란선동 등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는 오적 필화 사건과 관련한 반공법위반 혐의는 "재심사유를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며 징역 1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김씨는 "재심 개시 사유를 다시 판단해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김씨의 항소심 선고는 다음달 9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