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사회보험인 국민연금이 올해 벤처캐피탈 투자 부문에 2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벤처캐피탈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연금)
벤처캐피탈업계에 출자하는 재원 가운데 업계가 가장 선호하는 재원이 국민연금인데다 기존의 벤처캐피탈 외에 한 번도 선정되지 않은 벤처캐피탈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올해 VC에 2000억원 투자..2009년 이후 처음
국민연금이 올해 벤처캐피탈에 2000억원의 규모의 자금을 투자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는 오는 6월까지 2000억원 규모의 벤처캐피탈 투자 계획을 확정해 하반기 출자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국민연금이 벤처캐피탈에 자금을 출자해 펀드를 조성하면 VC는 8년 정도의 기간을 운용한다. 이 가운데 4년은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는 자금집행 기간이고, 나머지 4년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기간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벤처캐피탈 투자 부문 잔액(회수+재투자)이 5000억원대 수준인 가운데 VC들의 투자금 회수 기간이 도래하면서 재투자가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해 투자에 나선다는 것이 국민연금의 설명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 2009년에 1900억원을 투자한 이후 순수 벤처캐피탈 부문에 투자한 적이 없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벤처펀드 투자 금액이 전년대비 몇 배 늘었다고 단순화 시킬 수는 없다"며 "지금 투자하는 것은 회수 기간에 접어들어 재투자가 들어가야 하는 순환고리 상에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기존 채권과 주식 중심의 투자에서 수익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어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벤처에도 일부 투자하는 것"이라며 "벤처 투자가 잘 돼 벤처기업이 잘 되면 국민연금의 수익성 향상은 물론 국가 경제 활성화에도 일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민연금은 내부적으로 하반기 자금 집행을 위해 준비단계 접어든 상태다. 운용사 선정은 이르면 오는 7~8월이면 완료될 전망이다.
벤처운용사별 배정 규모는 200억∼450억원 사이로 4∼10개사 정도가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출자금 투자 제약 적어..신생 VC에도 기회 부여"
올해 국민연금이 벤처캐피탈 투자 부문에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한다는 소식에 벤처캐피탈업계는 일제히 환호하고 있다.
벤처캐피탈업계에 출자하는 재원 가운데 업계가 가장 선호하는 재원이 국민연금이기 때문.
실제로 벤처캐피탈에 출자하는 기관 가운데 국민연금은 정책금융공사와 모태펀드와 달리 투자 규제가 심하지 않다.
정책금융공사와 모태펀드의 경우엔 투자 대상 기업을 제한해 VC들이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반면, 국민연금은 이들 기관보다 투자 규제가 적어 수익성을 올리기 쉽다는 것.
김종술 벤처캐피탈협회 이사는 "국민연금은 최대 펀드 설정액의 70%를 출자하기 때문에 VC업계에서는 국민연금 출자금을 가장 좋게 본다"고 강조했다.
한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도 "벤처캐피탈 출자에 있어 정책금융공사, 모태펀드, 국민연금이 가장 큰 출자자"라며 "이 가운데 정책금융공사와 모패펀드는 정책적 목적에 따라 투자하게 해 투자대상이 제한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반면, 국민연금은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라며 "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심하게 두지 않아 벤처캐피탈이 수익을 달성하기 수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국민연금의 벤처투자 운용사 선정의 변화가 전망되는 점도 벤처캐피탈업계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지금까지는 국민연금으로부터 벤처투자 운용사로 선정된 벤처캐피탈들만 출자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존의 벤처캐피탈 외에 한 번도 선정되지 않는 벤처캐피탈에게도 운용사가 될 기회를 주는 등 벤처투자 운용사 선정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김 이사는 "국민연금의 투자재원을 받기 위해서는 트렉 레코드가 있어야 하는 등 벤처투자 운용사 선정이 쉽지 않다"면서도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벤처투자 운용사로 선정된 벤처캐피탈에게만 출자했지만, 이번에는 변화가 생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연금의 출자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출자금의 절반은 기존에 선정된 벤처캐피탈이 담당하고, 나머지 반은 새로 선정된 벤처캐피탈에게 맡기는 식으로 운용 형식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도 "이번 국민연금의 벤처투자 운용사 선정에 대해 기존 출자받은 벤처캐피탈 외에 새로운 벤처캐피탈에게도 기회를 준다는 말이 들린다"면서도 "아직 국민연금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일 뿐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