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올 1분기 계절적 비수기와 애플과의 소송으로 인한 대손충당금을 반영하고도 매출액 52조8700억원, 영업이익 8조7800억원의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26일 1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본격 출시된 갤럭시S4 등 신제품 판매에 힘입어 오는 2분기에는 역대 최대 실적인 10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마의 장벽 진입이 가시화된 것이다.
이번 1분기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4분기 수준에는 못 미쳤으나 불리해진 경영 여건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다. 갤럭시노트2와 갤럭시S3 등 스마트폰의 판매 호조로 무선사업부(IM) 부문이 전체 실적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무선사업부, 애플 충당금 반영하고도 전체 이익 74% 차지
지난해 내내 삼성전자의 실적 행진을 주도해온 무선사업부의 위력은 올해 더욱 강해진 모양새다. 1분기 무선사업부는 매출액 32조8200억원, 영업이익 6조5100억원을 기록하며 갤럭시S4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삼성전자의 성장세를 이끌었다. TV 등 가전이 부진한 상황에서 나홀로 독주를 이어간 셈.
특히 이번 분기에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명령한 배상액(한화 약 6600억원)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사실상 7조원을 상회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는 최소 3000억원 이상의 충당금을 무선사업부가 충당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충당금을 반영하지 않았다면 1분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영업이익률이 사상 최초로 20%를 돌파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반론도 있다. 1분기 실적에서 전 분기 대비 재고평가 이익이 크게 반영됐기 때문에 오히려 무선사업부의 수익성 자체는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영설명회 자료를 보면, 전 분기 대비 매출은 6% 감소한 데 반해 전체 재고량은 9.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세트사업 규모를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결국 재고이익으로 무선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이 부풀려졌을 가능성도 크다. 김지웅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원가율을 계산해보면 재고량 기준으로 1조7500억원의 재고가 상승했다"며 "이 점을 감안하면 영업이익률이 전체 재고량 상승을 통해 3.3% 정도 덕을 본 셈"이라고 설명했다.
◇업황 개선에 반도체, DP '선방', 가전은 '울상'
부품(DS) 부문은 스마트폰에 쓰이는 모바일 칩 수요가 늘면서 메모리 사업부의 수익성이 개선된 반면 시스템LSI와 디스플레이는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반도체 사업부는 PC D램의 가격 상승과 모바일 D램 등 고수익 제품군에서 매출이 확대되면서 본격적인 실적 개선에 돌입했다. 반면 시스템LSI는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
디스플레이(DP·Display Panel) 사업은 대형 LCD의 경우 시장수 요가 크게 둔화된 가운데 가격 하락에 일정 부분 타격을 받았지만 유기형발광다이오드(OLED) 제품 판매 확대로 상쇄해 흑자 기조를 이어갈 수 있었다.
반면 생활가전 사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실적이 67% 급락하며 비수기를 감안하더라도 저조한 성적표를 내놓았다. TV사업에서 계절적 비수기 영향이 컸고,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들의 가격 경쟁력 강화, 마케팅 비용 증가 등이 예상보다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휴대폰이 끌고, 반도체가 뒷받침”..2분기 역대 최대 실적 전망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큰 변수가 없는 한 10조원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한 장밋빛 전망이 아니다. 아울러 2분기에는 주력사업인 스마트폰 사업뿐만 아니라 반도체, 가전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포트폴리오 날개가 본격적으로 펴진다는 얘기다.
우선 올해 실적 모멘텀의 핵심에 서있는 신제품 갤럭시S4는 26일 한국을 시작으로 영국, 미국, 호주, 뉴질랜드, 중국,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전 세계 10개국에 동시에 출시된다. 전체 출시 국가는 무려 155개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4의 판매량 목표를 1억대로 잡고 있다.
또 PC D램의 가격상승세가 2분기 내내 견조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모바일 D램의 수요 확대 및 수익성 강화로 인해 반도체 사업부의 실적 성장세가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성수기와 갤럭시S4 출시 효과로 2분기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치인 11조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이라며 "특히 D램 부문의 경우 4월 들어 가격강세를 보이고 있어 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세계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수출 업계에 복병으로 등장한 '엔저' 현상과 격화되는 시장 경쟁 등 변수가 많아 실적 성장의 강도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