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최승환기자] LG전자(066570)의 공세가 무섭다. 반면 라이벌 삼성전자(005930)는 잇달아 허를 찔리며 TV시장 7년 연속 세계 1위의 자존심을 단단히 구겨야만 했다.
전장(戰場)은 차세대 TV로 각광받는 OLED TV. 꿈의 TV, 궁극의 TV로도 불린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최상의 기술인만큼 이를 둘러싼 한·중·일 3국의 경쟁은 뜨겁다.
삼성과 LG는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2’에서 나란히 55형(인치) OLED TV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TV전쟁의 발발이었다.
해를 넘겨 올 초 같은 무대. 일본과 중국의 추격이 매서웠다. 하이신과 TCL 등 중국 제조사들이 초고화질(UHD) TV의 대형화(110인치)를 이루며 기세를 올렸다면,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은 OLED와 UHD를 결합한 4K OLED TV를 내놓으며 한국의 간담을 써늘케 했다. 크기도 삼성과 LG보다 각각 1인치 늘리며 '세계 최대' 타이틀을 가져갔다.
이들 추격에 찬물을 끼얹은 작품이 바로 곡면(Curved) OLED TV였다. 삼성과 LG는 이 자리에서 기존 OLED TV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곡면(Curved) OLED TV를 선보였다. 기존 OLED 패널에 플렉서블 기술을 추가한 삼성과 LG만의 독보적 기술이었다.
관건은 상용화. 일본이 예전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빠르게 기술력을 끌어올렸지만 상용화까지는 수율 등 적지 않은 난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결국 TV시장의 눈은 삼성과 LG에 집중됐다. 누가 더 빨리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며 앞선 기술력을 입증 받을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승자는 LG였다. LG전자는 올 초 55형 OLED TV를 전격 출시하며 기세를 올린 데 이어 29일 곡면 OLED TV마저 시장에 내놨다. 사전 예고 없이 이뤄진 급작스런 출시 소식에 삼성은 당혹해했다. 대외적 입장 표명은 자제했지만, 연이어 얻어맞은 카운터펀치에 자존심이 산산조각 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LG는 이날 OLED TV에 이어 곡면 OLED TV까지, 삼성을 누르고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쥠으로써 승기를 잡은 것으로 자평했다. 만년 2등을 벗고 삼성을 눌렀다는 점은 구본무 회장의 경영철학인 ‘시장 선도’와도 맞닿아 있었다. 사업부 전체로 퍼져나간 사기 충전도 성과였다.
LG는 승리 요인을 디스플레이 기술력에서 찾았다. 삼성이 적·녹·청(R·G·B) 3색을 고집하는 사이 LG는 백색을 추가한 W·R·G·B로 수율의 난제를 극복하는데 성공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LG의 수율을 50%대, 삼성의 경우 20%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뒤늦게 R·G·B와 W·R·G·B 이원화로 선회하며 라인 증설에 나선 이유다.
한편 LG전자는 잇단 낭보에도 불구하고 실적에서는 여타할 만한 긍정적 신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자칫 ‘앙꼬 없는 찐빵’이 될 수도 있는 처지로 내몰렸다. 자칫 전투에서는 이기고 전쟁에서는 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LG전자 TV사업을 전담하는 HE사업본부는 지난해 2분기(5.5%)를 정점으로 3개 분기 내리 영업이익률 0%대에 머무는 저조한 성적을 내놓고 있다. 증권가와 관련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프리미엄 전략에 치중된 나머지 신흥시장의 수요에 대응할 중저가 라인을 소홀히 한 결과로 분석했다.
LG전자 환호에 숨겨진 이면이었다.
◇LG전자가 지난 1월 'CES2013'에서 공개한 55인치 '곡면 올레드 TV'.(사진제공=LG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