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입주기업 "오직 정상화만 바랄 뿐"

입력 : 2013-04-29 오후 9:11:56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앵커) 개성공단이 가동 8년여만에 잠정폐쇄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상황 취재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산업부 이보라 기자 나왔습니다. 이 기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까?
 
기자) 네 오늘 오후5시를 기해 잔여인원 50여명이 귀환할 것으로 예정됐지만 실무적인 절차가 길어지는 관계로 아직까지 전원이 귀환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부당국에 따르면 오늘 모든 인원이 귀환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오늘 밤쯤이면 개성공단은 완전히 유령도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금요일이죠, 정부의 전원 철수 조치 이후인 나흘째 우리 인원 모두가 개성공단에서 철수했습니다.
 
그간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금강산 피격 사건 등으로 신규투자가 금지되거나 방북이 일시적으로 금지된 적은 있었지만 주재원 전원이 철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어떠한 위기 속에서도 '정경분리'의 원칙의 상징으로 남아있던 개성공단 폐쇄는 양측에 씻을 수 없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인들은 오늘 아침 공단 정상화를 위한 촉구대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일단 내일 있을 기업관계자들의 방북신청 결과를 두고본다는 것인데요. 이미 정부쪽으로 공이 넘어간 상황에서 기업관계자들조차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옥성석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 부회장은 오늘 아침 한 인터뷰를 통해 "과거 폐쇄됐던 금강산 사업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면서 "폐쇄만은 절대로 막아야한다"고 호소했습니다. 또 입주기업인들의 개성공단에 대한 정상화 의지를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이 오직 '방북신청'하는 것 뿐이라면서 그 의지를 계속 나타낼 것이라고 절실한 심정을 표현했습니다.
 
한국 기업 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피해도 가시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5만여명의 달하는 북한 근로자가 실업자 신세가 돼 그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20-30만명의 생활이 곤란해질 것으로 추측됩니다. 북한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하락해 국제협력사업에 대해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또 개성공단에 남한 측이 제공하는 전력과 용수공급이 중단되면 이에 대한 의존도가 큰 개성시가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성적 전력난을 겪는데다 역시 물공급도 원할치 않은 지역이라, 북한으로서도 개성공단 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정부가 입주기업에 대한 머머머 등 피해보상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피해추산액 자체도 큰 차이가 나는데다 지원책도 와닿지 않고 최근 한달간 정부와 단 한차례 소통도 없었다면서요? 상당히 억울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를 보전하겠다고 나섰지만 피해추정치 산정부터 차이를 보여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책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2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홍원 국무총리는 입주기업의 피해액을 묻는 질문에 1조원 정도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순수 매출손실만 3조원에 원청의 손해배상, 협력업체 손해 등 2차 피해까지 합해 최대 10조원까지도 전망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이고 단순한 피해 산정 방식에 기반해 기업의 생살여탈권을 빼앗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부분입니다.
 
잔여인원 철수에 따른 정부의 후속조치도 주목됩니다. 개성공단의 전력은 한전이 공급하고 있는데요. 정부가 단전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어서 자연스레 용수공급도 끊길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되는 것은 공장설비들인데요. 제조업 특성상 기계가 평상시 가동하면서도 잔고장이 일어나는데, 지금 상황처럼 오랜기간 작동되지 않았거나 앞으로 공단이 폐쇄돼 기계가 돌아가지 못하면 아무 쓸모 없는 고철덩이로 전락할 수 있는 기계들도 상당수 인것으로 파악됩니다.
 
피해를 보전해주기 위해 정부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입주기업 대상 긴급 경영안정 기금지원, 기존 정책자금 지원금 상환유예, 남북협력기금 활용 특별대출 등 의 유동성을 지원한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관계자들은 낮은 금리로 대출해준다는 식의 지원은 빚을 더 떠안으라는 것 아니냐면서 직접보상 방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차후 조정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이밖에도 최근 정부가 북측에 실무회담 등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개성공단의 주인인 기업 관계자들과 단 한차례의 의견수렴이나 대화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피해보상, 그것도 합당치 않은 방식에 근거한 피해보상만 운운하는 정부 앞에서 개성공단 관계자들은 오직 "정상화만이 살 길"이라면서 울부짖고 있습니다. 폐쇄 카드를 꺼내들기 전에 개성공단의 경제성과 상징성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정치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까?
 
기자) 일단 여야 모두 할 것없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촉구했습니다. 문희상 민주통합당 의원은 오늘 박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하는가 하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북측을 강하게 질타하면서 회담에 나올 것으로 요구했습니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결의안'은 상정되지 못했습니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혼재해 무어라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일단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상 '폐쇄'라고 보는 쪽이 있는가 하면 내일이면 끝나는 한미 독수리 훈련과, 다음달 7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다면 정상화에 대한 기대도 해볼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대통령은 개성공단 운영중단의 책임을 북한에 돌렸습니다. 주로 입주 기업들의 피해 실태를 언급하고 대책 마련의 필요성 등을 강조하는 등 '사후 대처'에 대한 언급만 해왔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사태해결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오늘 오후 '정부합동대책반'TF를 출범하고 범정부적 차원의 대응에 들어갔는데요. 입주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최대 지원안을 신속히 시행한다는 원칙도 마련했습니다.
 
기업 관계자들의 삶의 전부와도 같은 개성공단이 오늘 폐쇄됐습니다. "폐쇄하느니 차라리 죽여달라"라는 극단적인 발언까지도 터져나오는 지금, 정부는 피해보상 보다는 공단 정상화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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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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