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주택수요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부동산 서비스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시에 주택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에코세대(1979년~1992년생)를 위한 맞춤형 주택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주택산업연구원은 30일 개원 18주년을 맞아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주택시장 패러다임과 주택수요 특성변화 모색'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2000년대 이후 주택수요의 주요 변화를 진단하고 주택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에코세대의 특성을 파악해 주택시장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주택산업 선진화, '금융포옹'을 통한 주거복지 실현
조만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거시경제의 체질이 고성장·추격경제에서 저성장·선도경제로 변화함에 따라 주택시장에도 창조적 생태계, 모험투자의 환경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조만 교수는 "부동산 서비스업을 저부가가치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국내지향적 산업에서 국제지향적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임대주택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 주택저당증권(MBS) 등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을 도입해 주택산업의 선진화·전문화를 이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변화되는 주택수요에 맞춰 차별화된 주택공급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소득분위별, 생애주기별, 취약계층별 주택수요를 반영해 정책방향도 '총량계획'에서 '질적 향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조 교수는 "주거복지 차원에서 전세보증금, 월세관련 보증 상품을 개발해 '금융포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포용은 저소득층 금융소외자들을 제도권 금융으로 진입시켜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조 교수는 국민주택기금, 주택금융공사의 역할을 강화하고 30~40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상한선을 높이는 대신 모기지보험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조만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왼쪽)와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오른쪽)이 30일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에코세대 주거안정, 생애주기별 지원 '구매력↑'..도심재정비 '공급↑'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에코세대의 주택수요 특성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인 에코세대는 아파트 주거문화에 익숙하지만 현재는 단독·다가구 주택에 보증부 월세로 거주하는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에코세대의 주택수요 특성은 '높은 주택 구매의사, 낮은 주택구매 능력'으로 분석됐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25세~34세의 에코세대 407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70%가 '향후 주택구입의사가 있다'고 대답했다.
김 연구원은 "주택이 소유에서 거주 개념으로 바뀌고 있음에도 높은 전세가 등 주거불안정으로 주택구매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2년 이내 이사를 계획하는 58%의 에코세대 중 53%가 전세주택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이나 자녀출산 등을 이유로 주거안정을 추구하지만 주택구입을 위한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 내용을 보면 2년 내 전세에서 자가주택으로 이주하는 경우 평균 1억8000만원의 추가비용이 든다. 그 중 약 6000만원을 대출로 받는다면 5년 동안 월 50만원 이상의 이자부담액을 감당해야 한다. 에코세대 전세거주자의 평균 월소득이 370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에코세대의 단기 주거상향에 따른 예상 부담비용
김 연구원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구매력을 높여줄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며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생애최초 주택구입 취득세 감면 혜택을 장기로 확대하고 소득기준도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시에 "'미혼→결혼→출산' 등 생애주기에 따라 '보증부 월세→전세→자가'로 주거상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차별화된 경제적 지원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연구원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주택수요가 도심지역에 몰리는 점을 감안해 도심재정비, 재건축 사업의 규제완화를 통해 도심지 주택공급도 늘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