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책임감없는 리서치센터의 증시 전망

입력 : 2013-05-02 오후 1:48:37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예언(豫言)의 사전적 의미는 앞으로 다가올 일을 미리 알아 말함이다. 보통은 신 내림을 받은 사람이 신의 말을 듣고 신의 의지를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을 예언이라고 한다. 비슷한 의미를 지닌 예측(豫測)은 미리 헤아려 짐작함이다. 두 단어가 미리 예(豫)자를 쓰는 것은 똑같지만 예언은 미리 말하는 것(言), 예측은 미리 헤아리는 것(測)이라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는 예언하는 사람이 아니라 예측하는 사람이기에 전망은 틀릴 수밖에 없다." 예언과 예측이라는 단어를 내세우며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변명에 나섰다. 각 리서치센터들이 주식시장 전망을 내놨지만 터무니 없이 빗나가면서다.
 
증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리서치센터들은 4월 코스피 예상밴드 하단을 1950선 전후로, 상단을 2100선 전후로 제시했다. 하지만 4월 들어 4거래일 만에 코스피는 1950선 아래로 내려갔다. 뒤늦게 증권사들은 1950선이 깨진 것은 일시적인 것일 뿐 향후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예측을 바꿨지만 바로 다음날 코스피는 지지선을 또 한번 깨며 1927선에서 마감했다. 이후 증권사들은 또 다시 지지선을 1900선으로 수정해 내놨지만 4월 중 코스피는 1888선까지 내려갔다.
 
투자자들은 허탈하기만 하다. 전문지식이나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의 경우에는 배신감이 더 심할 수밖에 없다. 더이상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정보를 신뢰할 수 없게 된 것. 큰 손해에도 항의할 곳은 없다. 증권사들은 예측하는 사람일 뿐 예언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선을 그어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미래의 일을 정확히 아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하지만 예측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별 결과를 도출해야 함에도 눈앞의 일들만 보고 전망치를 내놨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엇나간 것이 아닐까.
 
그들은 북한 리스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요인이라고 간단히 치부했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 경기 둔화 조짐에도 좋은 지표들을 앞장 세워 개선 기대감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기대 요인인 추가경정예산을 부각시켜 주식시장 상승 전환을 예측했다. 이것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예측일까. 혹, 주식시장 부흥이라는 회사 입장을 대변하고자 한 그들의 염원은 아니었을까.
 
예언이 빗나갔다면 신의 말이 틀린 것이므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하지만 예측이 빗나갔다면 전문가로서 보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예언이 아닌 예측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안된다.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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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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