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주말 내내 남양유업 문제로 인터넷이 시끄러웠다. 본사 관리직원이 아버지뻘 되는 대리점주에게 시종일관 고압적 자세로 반말과 욕설 등 폭언을 일삼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2분44초 분량의 전화통화 녹음 내용이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남양유업은 때 아닌 날벼락을 맞아야만 했다. 4일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직원의 사표를 수리했지만 싸늘한 여론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불매 청원 운동이 일었으며, 비난 여론을 의식한 가게들이 남양유업 제품을 진열대에서 하나둘 빼기 시작했다. 기업 이미지 추락에 이어 매출에까지 직격탄을 맞게 된 셈이다.
앞서 포스코도 비슷한 곤혹을 치렀다. 이른바 ‘라면 상무’ 사태. 비행 내내 불만을 제기하던 그는 급기야 손에 들고 있던 잡지를 말아 여승무원을 폭행하기까지에 이른다. 그의 진상이 승무원 리포트를 통해 속속들이 공개되자 여론은 벌집을 쑤신 듯 들끓기 시작했다.
급기야 회사가 사과문을 내고 해당 임원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사태 수습에 매달렸지만 어렵게 일궜던 기업 이미지의 추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내부에서는 갓 승진한 철없는 임원의 돌출행동으로 조직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는 하소연이 흘러나왔다. 피상적이었다.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접근 역시 내부로부터 제기됐다. 황은연 포스코 CR본부장(부사장)은 지난달 26일 출입기자들과 함께 한 워크숍에서 “창피한 일이지만 차라리 잘 터졌다”고 말했다. “45년간 갑 노릇만 했기에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는 것. 그러면서 “조직문화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자”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일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른 대기업의 목에 힘주고 다니는 임직원들에게 우리가 좋은 교보재를 제공했다”며 기업들의 자성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를 소위 말하는 “힘 있는 기관”에게도 적용시켰다. 한 개인의 잘못이 아닌 조직 전체, 산업계 전반, 사회 문화로 확대시킨 것이다.
하청업체 사장이 본사 구매 담당 과장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는 것보다 어려웠던 현실. 빈손으로 가기가 뭐해 갈비세트 한 꾸러미를 들고 갔지만 부족하다 타박 받을까 내내 마음을 조아려야 했던 높낮이. 비단 포스코만 해당하는, 그렇게 치부할 수 있는 과거 얘기냐는 게 그의 지적 행간에 담긴 경고였다.
경제민주화 광풍 속에 대·중소 상생을 위한 여러 제도 개선의 방향이 모색되고 있다. 법적 뒷받침이 대기업의 횡포를 일정 부분 막아낼 수 있다. 문제는 이로써 충분치 않을 뿐더러 현실 또한 녹록치 않다는 데 있다. 제도의 정착까지 맞닥뜨려야 할 험로 속에 원래 취지가 왜곡될 위험이 있다. 갈등은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결국 '문화가 답'이라는 정석으로 회귀하게 된다. 갑의 관행을 버림이 진정한 상생의 첫걸음이란 얘기다. 지배자로 군림해온 대기업이 자성하고, 의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시장으로부터의 퇴출은 소비자에게 달렸다. 시장의 원리다. 어울림을 위해 '갑'과 '을'을 버릴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