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금융위기 이후 하락을 주도하며 굴욕의 세월을 보내던 '오래되고, 크고, 비싼' 대표급(?) 아파트들이 최근 반전에 성공했다. 상승세의 주역으로 떠오르며 시장의 중심에 다시 섰다.
6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4월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0.35% 상승했다. 3월 0.19%에 이어 오름폭을 넓히며 두 달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 달 전국 평균과 서울 아파트값이 각각 0.01%, 0.13% 씩 하락했음을 감안하면 상대적 상승치는 더욱 높아진다.
KB선도50지수는 매년 12월 기준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의 총액 변동률을 지수화한 것이다. 강남구 개포주공 등 재건축 예정 단지를 중심으로, 서초구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송파구 잠실동 파크리오 등 단지가 큰 랜드마크급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서울 서초구 대표 랜드마크 아파트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이들 랜드마크급 아파트는 금융위기 이후 가구구조 변화, 실수요 중심 시장 재편에 따른 소형 인기, 틈새시장인 수익형부동산의 부상으로 침체가 가속화되며 상대적으로 높은 하락률을 기록해 왔다.
지난 2011년 3월부터 올 2월까지 이들 랜드마크급 아파트는 2년 간 단 한번의 상승도 없이 15.85%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값은 평균 5.95% 상승했으며, 서울 -6.07%, 수도권 -4.75% 기록했다. 실질적으로 주택시장의 평균 가격을 끌어내린 셈이다.
하지만 최근 이들 랜드마크급 아파트가 새정부 입성과 부동산대책 기대감, 바닥 인식 확산에 힘입어 상승 전환한 것이다.
서초구 제일공인 관계자는 "기대 만큼은 아니지만 상황이 예전에 비해 호전된 것 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면서 "세제 혜택을 기다리며 매수시점을 늦추던 수요자가 물건 물색에 나서자 매도자들이 호가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랜드마크급 아파트의 상승은 재건축 예정 아파트가 주도하고 있다. 개포주공, 잠실주공5단지 등 침체에 하락폭이 유난히 컸던 투자형 상품들이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전용 41㎡는 지난해 12월 5억9000만원 선에 거래가 체결됐지만 지난 달에는 6억7500만원에 팔려나갔다.
교통, 학군, 생활편의 등 주거환경이 우수하지만 높은 집값 부담에 정체된 분위기를 이어가던 주거 명문지에도 다시 수요자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지난해 말 12억3500만원에 거래되던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84㎡는 최근 13억1000만원에 팔려나갔다.
허명 부천대학교 교수는 "보통 랜드마크 아파트는 주거 환경이 우수한 대단지거나 미래 가치가 뛰어난 재건축 예정 아파트가 대부분이다"며 "단지가 커 시장 구성원이 다양하고, 투자 수요도 상당수 있어 시장의 회복기에는 상승을 주도하고, 하락기에는 침체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