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활성화 카드 '메디텔' 부작용 우려

야당·시민단체 "의료상업화 가속·수도권 환자 쏠림 심화" 반발

입력 : 2013-05-06 오후 4:11:21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정부가 부진한 기업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투자활성화 대책 하나로 의료관광객 숙박시설인 '메디텔' 허용 카드를 꺼내들었다.
 
메디텔이 도입되면 의료관광산업 등이 발달하지만 반대로 의료 상업화가 가속화 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에 야당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메디텔 도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규제완화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중 하나는 대형 병원들이 메디텔 설립·운영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
 
◇정부의 '규제개선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 모습.(사진제공=기획재정부)
 
메디텔은 '메디신(medicine)'과 '호텔(hotel)'의 합성어로 의료기관과 숙박시설을 겸한 형태를 말한다. 새로운 의료서비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으며 외국인 환자 유치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병원이 외국인 환자 유치 확대를 위해 환자 및 환자보호자 등 의료관광객용 숙박시설을 지으려고 해도, 현행 법령상 의료관광객용 숙박시설에 대한 별도의 분류가 없어 '관광호텔'로 관련 지자체에 설립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관광호텔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인근 주민의 반발을 우려해 지자체가 승인을 꺼려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현행 관광진흥법령상 5가지 종류(관광호텔업·수상관광호텔업·한국전통호텔업·가족호텔업·호스텔업)로 제한돼 있는 호텔업 분류에 오는 6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메디텔을 추가, 각종 규제를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메디텔 도입으로 의료관광이 활성화되고 관광수지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메디텔 도입은 의료관광 수요를 흡수해 투자를 촉진하려는 것"이라며 "시설기준을 맞추면 메디텔이 관광호텔로 전환하거나 관광호텔이 메디텔이 될 수 있다. 다만 설립주체는 병원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반대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메디텔 도입으로 인해 의료 상업화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은 성명을 통해 "소수 대형·전문병원에 대한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특혜다"며 "공공병원 병상비율이 10% 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외국환자들이 몰려오는 것을 기대한다면 돈벌이에 급급한 이중성을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공공의 책임을 갖고 있는 국가가 진정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면 의료장사를 위한 규제 완화보다 진주의료원처럼 죽어가는 공공의료 살릴 생각을 먼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역시 성명을 통해 "메디텔 허용은 의료상업화, 유사의료행위, 지역불균등 심화로 의료비인상을 불러올 조치"라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제주한라병원을 예로 들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제주한라병원은 지난 2009년 숙박업이 의료법상 부대시설로 허용되면서 오는 7월 오픈을 목표로 '메디컬 리조트 WE호텔'을 건설하고 있다.
 
메디컬 리조트 WE호텔은 수(水)치료, 성형 미용, 건강검진, 산전·산후조리를 주로 담당한다. 들여다보면 상업적 성격이 강한 미용성형, 고가 건강검진 등의 의료서비스, 피부미용류의 유사의료행위 등이 주된 기능이라는 것.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메디텔이 허용되면 입원할 정도의 환자가 아닌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의학적 근거가 희박한 상업적 서비스가 횡행할 가능성이 크고, 환자들의 치료와 건강증진 및 예방과 교육은 뒷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메디텔 투숙객을 외국인 환자 뿐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허용 했을 때, 수도권의 대형병원을 다니러 지방 환자들이 올라오는 쏠림 현상도 심화될 수 있다. 이는 수도권과 지방 의료기관의 불균형을 의미한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메디텔을 외국인 환자에게만 허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해도 호텔경영의 어려움 등으로 결국 국내환자들의 숙박용으로 사용될 것이다"며 "서울과 대도시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것이고 의료 지역불균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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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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