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OCI가 바닥을 다지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재차 하향세를 보이면서 실적 개선의 희망에서 멀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전방 산업이 휘청거리면서 그 여파를 고스란히 받아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
이래저래 시장 기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 6일 <뉴스토마토>가 주요 증권사들의 최근 자료를 취합한 결과, 10개 증권사가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OCI의 목표주가를 최대 29%에서 최저 5.9%까지 일제히 하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주가 하향이 가장 컸던 곳은 현대증권으로 목표주가를 17만원에서 12만원으로 무려 29% 낮췄다. 이어 신한금융투자와 SK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각각 14%씩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신한금융투자는 21만원에서 18만원으로, SK투자증권은 23만원에서 20만원대로 낮췄다. 키움증권 역시 20만원에서 17만원, 미래에셋증권은 22만원에서 19만으로 조정했다.
이밖에 KTB투자증권이 17만원대에서 15만원으로 내렸고, 부국증권과 하이투자증권도 각각 17만원에서 16만원으로 낮춰 잡았다. 60만원대 장밋빛 노래가 휘감았던 2년 전 호황기를 감안하면 무려 3분의 1 토막난 셈이다.
◇적자 개선 미미..지지부진한 폴리 가격에 실망
전문가들은 지난 1분기 매출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제자리 걸음인 적자 규모에 크게 실망한 눈치다.
OCI(010060)의 1분기 매출은 전 분기에 비해 44% 가량 늘어난 2212억원. 영업적자 규모는 669억원으로, 3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1분기는 재고평가손실 환입액이 271억원이나 발생해, 이를 감안하면 전 분기(982억 적자)와 비교해 실적에서 개선이 전혀 없었다는 게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지지부진한 폴리실리콘 가격도 OCI에 대한 눈높이를 낮춘 요인으로 지목된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올초 반등에 성공하며 바닥 탈출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실제 태양광 조사기관 PV인사이트에 따르면, kg당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해 15.35달러로 바닥을 찍은 뒤 올 1월 15.38달러를 시작으로 18.59달러로 상승하는 등 저점에서 탈출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최근 16달러대로 다시 주저앉으며 결과적으로 5개월 사이 10% 남짓 상승하는 데 그쳤다. 뚜렷한 수급 개선이 없는 상태에서 가동률이 상승한데다 중국 정부의 반덤핑 판정 우려가 더해지며 혼조세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폴리실리콘 값, 완만한 상승세..OCI 실적 개선도 거북이 걸음 예상
전문가들은 태양광 업계의 발목을 잡는 공급과잉이 눈에 띄게 해소되기 전까지 완만한 가격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OCI의 실적 회복 속도 역시 거북이 걸음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야 하는데, 실업 문제 때문에 쉽사리 결단을 내리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올해 안에 공급과잉 해소는 힘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폴리실리콘 가격 인상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실리콘 사업의 지속되는 부진으로 인한 재무적 부담도 OCI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로 거론된다.
◇OCI 폴리실리콘 사업부문의 손익(출처=OCI 1분기 실적 프리젠테이션 )
OCI의 에비타(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지난해 1분기 1053억원에서 같은해 2분기 933억원, 3분기 563억원, 4분기 (-)92억원, 올 1분기 231억원 등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폴리실리콘 생산원가보다 거래가가 낮게 형성되면서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실제 OCI의 제조원가는 20~24달러, 거래가격은 18~19달러 선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현 상황에선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서 재무 상황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백 연구원은 "OCI는 판매가보다 제조원가가 높아 폴리실리콘을 생산할수록 적자인 상황"이라며 "에비타의 규모도 작은 만큼 순현금 흐름에서 차입금의 규모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방 산업 구조조정도 직격탄
여기에 폴리실리콘 업계뿐만 아니라 모듈 등 전방 산업의 구조조정 사정권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모듈 업체인 선텍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며 OCI는 지난달 중순 중국 선텍과 맺은 총 1조4600억원 규모의 장기공급계약을 해지해야 했다. 전방산업의 구조조정이 후방산업에도 연쇄적 영향을 끼친 대표적 사례다.
물론 반론도 있다. OCI와 장기공급계약을 맺은 중국의 잉리, 트리나솔라, 대만의 그린에너지 테크놀로지 등은 선텍처럼 극단적인 한계 상황에는 놓여 있지 않다는 것.
그러나 잉리는 지난해 적자가 무려 4억200만달러(한화 4400억원), 트리나솔라는 2억3000만달러(2600억원)에 달하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선텍 사례에서 보듯 중국정부가 태양광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에서도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여 속단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