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MBC 김재철 문제 알고도 감사보고서 삭제"

서영교 "한 감사위원이 김 전 사장에 불리한 문구 계속 삭제 요구"

입력 : 2013-05-07 오후 1:50:56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감사원이 김재철 전 MBC 사장의 부적정한 법인카드 사용이 MBC 파업의 원인인 것으로 파악했으나 감사위원들이 감사결과를 축소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애초 김 전 사장의 인사상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최종 감사결과보고서에서 삭제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감사원의 MBC 감사에 대한 회의록을 살펴봤다"며 "감사원이 MBC 감사를 제대로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 하에서 임명된 감사위원들이 이를 가로막고 감사결과를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서영교 의원
 
서 의원은 회의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그 내막을 상세히 전했다.
 
서 의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1월24일 방송문화진흥회의 감사결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위원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MBC감사 실무진인 행정문화감사국은 '김재철 사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적시하고, '법인카드 부적정사용내역'을 도표를 이용해 구체적으로 기재한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런 실무진의 감사결과에 대해 감사위원 중 한 명이 이의를 제기하며 최초 보고서 채택은 무산됐다. 이 감사위원은 "김 사장에 대한 인사조치는 해임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어 수용할 수 없고, 법인카드 부적정 사용내역은 자체 조사결과가 아니기에 기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사위원은 또 1주일 뒤인 1월31일에 열린 감사위원회에서도 수정된 보고서의 'MBC 대표이사로서의 직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음'·'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해 물의를 빚음'이라는 문구를 또 다시 삭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감사위원의 요구에 대해 실무를 담당했던 감사국장은 '사용처에 대한 정당성에 계속 의문이 제기되고 그런 것이 파업의 원인'이라고 기재하겠다며, 삭제를 요구한 감사위원과 논쟁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감사국장의 이런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최종보고서에는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부적정사용'과 'MBC파업의 책임부분'이 완전히 삭제됐다고 서 의원측은 전했다.
 
서 의원은 "감사원이 대선을 의식해 3개월이나 늑장 발표한 것은 물론 감사결과마저 삭제·축소한 것은 정치적인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어 "MBC노조의 파업이 그동안 일부 보수세력들에 의해 정치파업으로 매도 당해왔으나, MBC 정상화를 위한 정당한 투쟁이었다는 것이 뒤늦게나마 확인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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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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