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한미 정상회담 못지않게 이목을 끄는 자리가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 전에 예정된 수행 경제인들과의 조찬 회동이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벌써부터 이를 두고 갖가지 관측을 내놓으며 의미를 부여 중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관심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간 만남이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성사되는 만남이어서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통 큰 선물 보따리를 풀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와 고용 등에 있어 예상치 못한 화답을 내놓음으로써 재계 맏형의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지난 5월4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과 함께 김포공항에서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번 방미에서 이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처음으로 대면식을 갖게 된다.(사진=곽보연 기자)
정치권 역시 직면한 대내외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곳간을 가득 메운 재벌그룹들의 투자 행렬이 본격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투자를 통한 설비·장비 등 관련 산업의 촉진과 더불어 창출될 대규모 고용이 내수 침체를 극복할 직접적 동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등 재계 1, 2위 그룹을 압박해 투자계획 발표를 이끈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각계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날 조찬에서는 이와 관련한 직접적인 얘기는 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자리인 만큼 일체의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7일 “원론적 얘기가 오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 이유로 ‘장소와 자리의 성격’을 들었다.
이는 삼성 측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이 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구본무, 신동빈, 정준양, 조양호, 박용만 회장 등 내로라하는 10대 그룹들의 총수가 함께 하는 자리에서 이 회장이 ‘돌출발언’을 하기에는 여러 모로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 자리에는 또 경제 5단체장과 중견·중소기업 대표 등 각계를 대표하는 참석자만 52명에 달한다.
특히 박 대통령이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꾸려준 재계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현지에서 만든 자리인 만큼 치하와 격려 수준의 덕담 이상이 오가기 어려운 데다, 방미 중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국내 이슈가 거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화답 차원에서 박 대통령이 국정기조로 내세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각 그룹들이 힘쓰고, 투자와 고용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는 정도의 원론적 표현은 충분히 오갈 수 있을 것으로 내부 관계자들은 예상했다. 결국 선물 보따리는 꺼낼 수도, 있을 수도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