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방송시장의 공정경쟁을 활성화하고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맞는 규제 체제를 마련하기 위해서 통합방송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위해 방송 사업을 재분류하고, 경제적 가치를 고려한 사업법적 요소도 규제틀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미디어미래연구소가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정경쟁과 상생을 통한 방송산업 활성화’를 주제로 개최한 ‘2020 미래방송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홍대식 서강대 교수는 “현 방송법은 정치적·사회문화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방송시장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또 수직적 규제체계를 적용해 경쟁제약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스마트미디어 시대에 적절히 대응하고 수평적 규제체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방송개념 확장과 방송사업 재분류를 통한 통합방송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평적 규제체계는 방송·통신 서비스를 몇 개의 계층으로 나누고 그 성격에 따라 동일한 계층에서는 동일규제를 적용해 형평성을 유지하는 규제 모델이다.
홍대식 교수는 “최근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서비스가 다양한 단말기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며 “기존의 방송법과 IPTV사업법을 단순히 통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청각 미디어사업도 방송 개념에 포괄해 그에 필요한 규율을 도입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사 방송 서비스 역시 기존의 유료방송 서비스와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홍교수는 새로운 방송의 정의로 ‘이용자의 의견, 사상이나 감정에 영향을 미쳐 여론 형성 등 잠재적인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콘텐츠를 제공자가 채택하여 네트워크 설비를 통해 시청각적인 표현으로 일반 공중에게 전달 또는 제공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그는 “수평적 규제체계 내에서 공정경쟁과 이용자 보호를 달성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을 마련하고 기존 제도와의 조화와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럼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수평적 규제체제와 통합방송법의 필요성에 대해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사진=조아름기자)
남승용 미디어미래연구소 팀장은 “우선 현행 방송법과 IPTV법을 개정해 케이블TV와 IPTV의 규제수준을 맞추고 궁극적으로는 통합법 제정이 이뤄져야 시장의 혼란을 완화할 수 있다”며 “최소한 내년에 통합방송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올해 내에 반드시 '동일서비스-동일규제' 원칙에 맞도록 규제 수준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영배 계명대 교수는 “수평적 규제체제를 정립하는 것은 향후 방송산업 발전을 위해 해결되어야 할 전제조건”이라며 “다만 각 매체의 특성을 세심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과도한 규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통합방송법을 제정하여 유료방송 플랫폼 분야부터 동일서비스 동일규제의 체계를 마련한 이후 방송통신 시장의 발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네트워크와 콘텐츠 분야로 확대하는 수평적 규제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현행 방송법의 금지행위 규제체계가 보완돼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상식 계명대 교수는 ‘방송분야 금지행위 규제체계의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하고 “규제 기구 차원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사이에 규제 관할권을 두고 중복 규제의 여지가 있으며, 이 때문에 방송 분야 불공정 행위들을 포괄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방송법에 규정되지 않은 방송사업자의 금지행위 유형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여전히 규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며 “게다가 방통위 내부에서도 금지행위 규제를 위한 조직 정비가 미흡하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방송 시장에 대한 실질적 규제 효과가 떨이지고 방송 시장의 불공정행위를 전문규제기관인 방통위로 일원화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이상식 교수는 “방통위의 심사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미비하거나 추상적이어서 금지행위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추후 방송사업자들이 법적 소송을 제기할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론자들 역시 방송시장 규제의 일원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인 서울대교수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로 나뉜 현 방송통신규제체제는 수평적 규제체제의 정신과 상반된 것”이라며 “과거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 시절보다 많은 문제를 노정할 가능성이 노후하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통신에 대한 사후규제는 방통위가 맡고 주파수 정책과 진입 및 사전 규제는 양 기관이 나눠가지는 현 체제에서는 방송통신융합의 진전과 경쟁의 활성화를 위한 사전규제의 사후규제로의 전환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승용 팀장은 “사회문화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큰 방송분야의 금지행위는 공정위의 부분적인 경쟁규제로 포괄하기 불가능하다”며 “사업자의 진입과 퇴출, 시청점유율, 재허가 등을 규제위원회 공조체계를 조성하거나 하나의 전문 규제기관에서 관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정민 교수는 “방송분야의 금지행위에 대한 규제는 시청자와 공익성 등에 미치는 사회문화적 파급효과를 고려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일반 규제기관인 공정위와 전문규제기관인 방통위의 규제행위가 공존하도록 하고 협력과 보완을 통해 전문규제기관 중심의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