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박수연기자] 재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만 60세로의 정년 연장 이슈가 증권가에서는 회자 조차 되지 않고 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업무 강도가 높고 근속 연수가 짧아 보장된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의 현재 정년은 공무원·대기업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마저도 정년을 채우고 나가는 경우는 거의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증권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증권사의 공식적인 평균 정년은 만 56.5세로 집계됐다.
공무원 정년이 만 60세인 것과 비교하면 2~5세 낮은 수준이다. 삼성과
LG(003550) 등 국내 10대 그룹의 경우 평균 정년이 58.4세로 증권사보다 약 2년 더 길다.
◇"정년 있으나마나..철저한 능력제"
증권업계에서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정년이 60세로 연장될지 여부가 중요한 이슈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보장된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거나 이직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외환딜러 등 증권업 종사자들의 정년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증권업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임원을 포함해 스무명도 안되는 인원만이 정년을 채우고 나갔다"며 "몇몇 대형 증권사의 경우 단 한명도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2년 12월30일 기준 10개 증권사의 근속연수는 평균 8년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증권사에 입사한 후 근무하는 기간이 짧은 것은 업계 특유의 문화 때문이다. 증권사 문화는 개인주의·성과 체제·높은 이직률·짧은 근속연수로 표현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철저하게 능력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젊은 인력이 중심이 된다"면서 "임원직을 달지 않는 이상 정년을 채우고 나가는 사람이 드물다"고 설명했다.
◇정년보다 무서운 업황 악화·구조조정
일각에서는 최근 증권업계에 불어닥치는 구조조정 칼바람이 정년보장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근에는 '여의도 보릿고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
주요 수익원인 수수료 수입이 급감했고 지점 수입 역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리서치센터·지점의 인력감원이 지속되고 있어 근속연수를 더 깎아먹고 있는 상황.
때문에 증권가에서 만 60세 정년 연장 소식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증권회사 한 관계자는 "개인의 능력차에 따라 정년까지 일할 수 있냐 없냐 좌우 된다고 봐야한다"며 "60세 정년 연장은 아무래도 증권업보다는 제조업 같은 곳에서만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회사 관계자는 "증권사 입사할 때부터 정년을 보장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각사 노조를 중심으로 60세 정년 이슈가 논의될수 있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보장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