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4박6일간의 첫 미국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9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지속된 남북 군사충돌 위기와 개성공단 운영 중단 등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이 엄중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긴장국면을 해소할 해법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원론적인 수준의 합의만 내놓은데다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결여돼 있어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더욱이 GM의 투자를 받는 조건으로 박 대통령이 민감한 현안인 통상임금 문제를 GM의 요구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노사정간 거친 충돌 국면도 우려된다.
◇한반도 위기해법 실행방안 결여 ..北반발만 거세져
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이뤄진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정책과 관련한 양국의 공조를 재확인하고 미래지향적인 발전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와 북한의 도발위협을 해소할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도발은 용납하지 않겠지만 북측의 태도 변화에 따라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지지표명을 했지만, 미국까지 가서 한미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 내놓은 대책치곤 초라하기까지 한 내용이다.
북한 역시 남북관계 단절의 책임을 우리측에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결여된 선언적 수준의 대북정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박 대통령의 방미에 대해 '전쟁전주곡' 등의 표현을 동원하면서 비난수위를 높였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10일 조선중앙통신기자와 문답에서 “남조선 당국자의 이번 미국 행각 결과는 조선반도와 지역정세를 긴장시키고 전쟁위험을 증대시키는 위험천만한 전쟁전주곡”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 GM '통상임금' 조건부투자에 반발
댄 애커슨 미국 GM사 회장은 8일 미 상공회의소가 박 대통령을 초청해 주최한 오찬에서 엔저 현상과 상여금을 포함하는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되면 한국에 8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GM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가 갖는 문제"라면서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전했다.
노동계는 GM의 조건부 투자와 박 대통령의 발언에 강력 반발했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미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법원 판례가 나온 상황에서 GM 회장이 이를 문제시했다고 정부가 즉각 들어주겠다는 반응을 한 것은 큰 문제라며 "사법부와 행정부, 재계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관계자의 발표에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성추행 논란' 윤창중 경질..방미 성과 '치명타'
박 대통령의 방미 막바지에 터져나온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논란과 경질 사건은 이번 방미 성과에 치명타가 됐다.
대통령을 수행하는 한 나라의 대변인이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중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을 놓고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논란이 국가 이미지에 씻기 힘든 먹칠을 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윤 대변인 때문에 불거진 돌발 악재에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공조와 국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키기는 등의 성과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모두 빛이 바랬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날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허태열 비서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