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스트라우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한국에서 지난 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이 재발할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스트라우스 칸 총재는 6일 KBS에서 방영한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의 대담에서 "한국이 10년 전과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외환보유액이 2천억달러를 넘고 미국 일본 중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기 때문에 외환위기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한국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충분한 자원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세계의 많은 투자가들이 투자를 유보하고 있지만 상황이 좋은 일부 국가에는 투자를 재개하고 있으며 한국도 바로 그런 경우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주식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좋은 소식이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 정부의 재정 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책에 대해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발표해왔던 경제 정책들을 살펴볼 때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재정 정책이 가능한 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낮고 1~2년 정도 재정정책을 통해 원상회복이 가능해야한다"면서 "한국은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낮고 경상수지 흑자가 나기 때문에 이런 재정 정책을 할 수 있는 국가"라고 밝혔다.
스트라우스 칸 총재는 "한국은 무역과 금융 등에서 국제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미국, 중국, 일본 등과 협력해야한다"면서 "일부 한국인들은 국가 단위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지만 이는 보호주의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기업이나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재정 정책의 방향에 대해 "사회 간접 자본 투자와 사회 소외 계층을 지원하는데 집중해야한다"면서 "감세의 경우 개인 소득세 경감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겠지만 기업 관련 감세는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라우스 칸 총재는 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 정부에 금리인상과 재정지출 축소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당시 우리가 한국에 긴축 재정을 요구했지만 몇달 뒤 성장률 하락이 나타났을 때 재정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을 받아들였다"면서 "이제는 세계 경제가 달라졌으며 IMF 또한 여러 변수에 맞게 변화를 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스트라우스 칸 총재는 IMF 내에서 한국 등 신흥경제국의 발언권을 늘리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는 "IMF는 이제 통화뿐 아니라 금융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역할 증대가 요구되고 이미 개혁에 착수했다"면서 "한국과 같은 신흥국가들이 IMF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배려해야하겠다"고 강조했다.
IMF 내 신흥 경제국의 발언권을 높이는 방법으로 그는 "IMF 내에서 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유럽 등은 아시아 등 신흥국가들에게 양보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2010년 G20 회의 의장국인 한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표시했다. "G20은 세계 경제위기를 다루게 될텐데 단기적으로 성장을 견인하고 중기적으로 금융부문의 규제와 감독 기능을 논의하게 것"이라면서 "한국은 2010년 의장국이며 세계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 G20을 이끌게 돼 매우 중요하다. IMF와 협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