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노·사·정의 뜨거운 감자, 통상임금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통상임금의 범위를 놓고 노사간의 대립이 첨예한 상황에서,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통상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언급하자 이 문제가 노동계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사진제공=박진아기자)
13일 청와대와 정부 등에 따르면 통상임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기간중 댄 애커슨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부터다.
댄 에커슨 GM 회장은 지난 8일(현지 시각) 미국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한국에 80억달러를 투자하는 문제와 관련해 "통상임금 문제 등이 해결되면 한국시장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밝히자 박 대통령은 "한국 경제 전체가 겪고 있는 문제니까 꼭 풀어나가겠다"고 답했다.
한국GM은 노조와의 통상임금 소송 1·2심에서 패소, 현재 인건비 8140억원을 장기 미지급 비용으로 쌓아놓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는 34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기도 했다.
통상임금은 회사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주는 임금으로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와 고용노동부의 지침에 근거한다. 시행령은 통상임금을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급여"로 정의하고 있고, 지침에서는 "기본급 및 담당 업무나 직책 경중에 따라 미리 정해진 지급 조건을 적용해 주는 직무·직책수당, 기술수당, 위험수당 등"으로 범위를 정하고 있다.
문제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와 노동부의 지침에 근거한 통상임금의 정의와 범위다. 다소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통상임금의 정의와 범위 때문에 통상임금 문제는 오랫동안 노사간의 핵심 쟁점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은 1980년대 마련된 정부의 행정지침에 따라 통상임금 산정범위에 고정상여금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가 지난해 3월 대법원이 대구 시외버스 업체인 금아리무진 노조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근속 연수에 따라 미리 정해놓은 비율을 적용해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통상임금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대법원은 회사 측에 과거 3년간 지급한 휴일·야간근무수당 등을 다시 계산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정기 상여금 등 근로시간과 관계없는 급여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부의 해석을 뒤집은 것.
재계는 경영난 가중, 수출 경쟁력 저하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경우, 인건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막대한 기업의 추가비용, 신규 투자와 일자리 축소를 야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기업들이 통상임금 산정범위에 고정상여금을 반영할 경우, 3년치 소급분 등으로 38조6000억원을 부담해야 하고 이로 인해 37만~41만개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유로 재계는 박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언급한 통상임금 관련 발언에 대해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한국노총은 "많은 노조가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데, 대통령이 통상임금에 대해 언급한 것은 자칫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박 대통령 발언은 외국 대기업의 투자 축소 위협에 굴복해 스스로 공언한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노동계의 반발, 사법부의 판단 등 복잡하게 문제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일단 다음달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통상임금 제도 개선 방안을 공식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로 우세를 점한 노동계가 구태여 소송을 접고 쉽게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은 낮기에,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