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EU재무장관 회의..경기부양 본격 나설까

긴축 대신 성장론에 무게

입력 : 2013-05-14 오후 6:32:32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유로존 경제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이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경제 현안을 논의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역내 주요국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데다 마이너스 성장률 폭이 더욱 커진 상태라 특별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터다.
 
이를 반영해 EU 재무장관회의에서는 지난 3년간 이어오던 '긴축'기조를 '성장'중심으로 바꾸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은행의 비밀주의가 역내 탈세를 부추겨 각국의 재정 건전성을 해친다는 분석에 기반해 탈세 방지 방안도 의제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지난 13일부터 양일간 진행된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키프로스에 약속했던 구제금융 20억유로와 그리스 구제금융 집행 결정 등이 내려졌다.
 
14일(현지시간) 진행되는 회의에서는 EU 27개국 재무장관들이 정책의 초점을 경기부양으로 옮기자는 논의를 얼마나 심도있게 진행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긴축에서 성장으로..무게중심 이동하나
 
이번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긴축에서 성장으로 정책 기조를 수정하는 내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간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줄이는 등 긴축을 단행해 왔으나 그사이 경제 침체가 깊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유로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0.3%에서 -0.4%로 내려앉았다.
 
실업률도 심각한 상황이다. 유럽통계청이 발표하는 지난 2월 실업률은 1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렇듯 경기침체가 심화되자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 몇몇 유럽 주요국들은 벌써 성장모드로 돌입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프랑스 재무장관은 "유럽에서 이제 긴축은 끝났다"고 선포했다.
 
프랑스는 EU로부터 재정적자 감축 기한을 연장받아 경기 회복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상태다.
 
이탈리아는 신임 총리 엔리코 레타를 중심으로 경기부양책, 청년고용 진작책 등 성장 정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 정권에서 시행하던 판매세 인상 조치를 없앤 것도 성장을 향한 의지로 풀이된다.
 
미국의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는 이탈리아 정부가 지금껏 유지했던 긴축재정 기조를 성장 위주로 바꾸어야 한다며 레타 총리의 행보를 지지했다.
 
스페인도 성장을 부르짖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경제 성장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지원하고 기술연구와 개발 등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그동안 긴축을 중시해오던 독일과 영국, 캐나다 등이 성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그간 긴축을 한결같이 강조하던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이 성장 또한 중요하다는 뜻을 내비쳐 성장이 유럽대륙의 경제 기조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긴축으로 성장 가능할까..반대 의견 '줄줄'
 
다만 성장정책을 반대하는 여론 또한 만만치 않다. 경제 성장보다 부채 삭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주요 유럽국 시민의 59%가 긴축강도를 오히려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긴축 반대는 29%에 그쳤다.
 
◇EU 주요 8개국, 긴축 찬반 <사진제공=퓨리서치>
 
이날 퓨리서치는 지난 3월 8개국(영국·프랑스·독일·체코 ·그리스·이탈리아·포르투갈·스페인) 시민 7600명을 대상으로 긴축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긴축 노력 없이는 산적한 부채를 해결할 수 없으며 이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유로존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0%로 내년이면 95%로 증가할 예정이다.
 
퓨리서치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긴축 대신 성장을 주된 정책으로 삼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으나 여전히 사람들은 부채를 줄이기 위해 긴축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또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이 줄줄이 따랐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회장은 긴축기조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유럽국들에 촉구했다.
 
그는 "유럽국들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실업률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돈을 빌리고 지출을 늘리는 식으로는 회복할 수 없다" 고 단언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도 스페인의 부동산 경기 침체 문제와 유럽 금융권의 구조적 부실을 이유로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루벤 세구라 까이윌라와 로렌스 분 BOA 경제 전문가들은 "긴축을 완화한다고 해서 유럽 경제가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양적 완화에 너무 큰 희망을 걸지 말라"고 조언했다.
 
◇탈세 방지해 세수 '확보'
 
역내 탈세 방지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될 예정이다.
 
탈세 행위가 근절되면 세수가 확보돼 긴축없이도 재정적자를 줄여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개별 은행이 조세 사기범을 제외한 고객의 신분과 비밀을 철저하게 보장해주는 은행비밀주의를 빌미삼아 탈세행위들이 이어져 왔다.
 
EU는 은행비밀주의를 깨고 역내 은행들 간에 정보를 자동으로 공유하는 방안을 이번 회의에서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 중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26개국은 EU의 은행비밀주의를 없애는 방침에 동의하고 있다.
 
이날 조세도피처로 알려진 리히텐슈타인도 다른 유럽국들과 뜻을 함께하고 있어 관련 논의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드리안 하슬러 총리는 "EU가 추진하는 은행 정보 교환 논의를 기본적으로 거부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도 오스트리아는 정보 공유 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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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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