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창조경제를 국정기조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가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키기 위해 금융과 세제, 공정거래 등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지난 2000년 첫 번째 벤처붐의 거품이 가라앉은 후 그야말로 투자 암흑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벤처업계를 살려야만 창조경제의 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15일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중소기업청 공동으로 막혀 있던 벤처 생태계의 흐름을 뚫기 위한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마련, 이날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확정했다.
이번 방안은 벤처생태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된 엔젤투자, 회수 및 재투자, 실패 후 재도전 부분의 병목현상 해소에 주안점을 두고 마련됐다.
벤처에 투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투자자는 성공한 벤처인데 성공한 벤처 1세대들이 창업기업에 재투자할 여건조차 마련되지 않아 투자처를 찾고 있는 유동자금을 창업기업으로 유도할 인센티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코스닥 상장 외에는 벤처자금을 회수할 통로가 사실상 없고, 그나마 코스닥 상장에도 14년이 소요되는 등 회수시장이 취약한 형편이다. 덕분에 한번 실패한 벤처가 회생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번 성공해 본 사람이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성공한 벤처 1세대에 대한 투자진입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창업주나 소유주가 경영권 이전을 수반하는 주식을 매각해 벤처기업에 재투자하는 경우에는 재투자된 주식을 처분하는 때까지 양도소득세(10%)를 납부를 이연해주는 등 회수자금을 재투자재원으로 쓸수 있도록 했다.
또 벤처 1세대가 실제 엔젤투자에 사용한 투자금액에 대한 소득공제는 30%에서 50%까지 확대해 소득세부담을 크게 덜어주기로 했다.
성공한 선배 벤처투자가가 후배 청년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하는 경우 모태펀드를 통해 최우선적으로 출자해 1000억원 규모의 '후배육성펀드'를 올해 안에 조성키로 했다.
지식재산권보호, M&A, IPO, 재기지원 등을 위해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에서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풀며, 코스닥상장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코스닥시장 전면 개편, 전문투자처인 코넥스시장 7월 개장 등도 추진한다.
아울러 국내외 우수 기술인력이 벤처창업에 투입될 수 있도록 우수인력 근속유도를 위한 스톡옵션 세금부담을 완화하고 창업비자도 도입한다.
해외특허 지원과 기술자료의 임치금고 확대 등 특허 기술 등의 기술탈취 예방도 병행된다.
정부가 자본시장연구원에 의뢰해 이번 대책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향후 5년 간 벤처와 창업 생태계로 유입되는 투자자금은 당초보다 4조3000억원 증가한 10조6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아울러 정부는 벤처기업의 매출과 고용 증가로 5년간 세수입도 1조6000억원 증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혁신형 벤처기업의 창업과 성장, 재도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이를 지원하는 자금이 창업-성장-회수-재도전 등의 단계별로 원활히 순환할 수 있도록 벤처 자금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