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그룹이 향후 10년간 총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한다. 국가별로 차세대 미래기술 선점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삼성은 이번 재단 설립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전력으로 부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13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오는 6월부터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우선적으로 3000억원을 출연하고, 2017년까지 5년간 총 75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후에도 개선사항을 보완해 2022년까지 추가로 7500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재계에서는 '창조경제론'을 주창하는 새 정부에 대한 삼성의 적극적 화답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선 지난 9일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은 미국 워싱턴에서 박 대통령이 주재한 경제사절단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창조경제는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방향"이라며 "삼성은 창조경제의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이 통상 개별 기업이 운영하는 연구재단과 달리 나름의 공익성을 띠는 이유기도 하다. 삼성그룹은 재단 설립을 통해 4개 기초과학 연구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형식과 절차에 구애받지 않고 '파격적'으로 지원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용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사진)은 "연구개발의 성과를 직접 개발자가 소유하는 방식으로 연구자가 최대 성과를 창출하도록 지원하겠다"며 "과제별 특성에 따라 기간, 예산, 연구절차 등을 맞춤형으로 설계하는 등 개방적인 운영체계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 사장이 13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설립을 발표했다.
◇노벨과학상 수상 목표로 4대 기초과학 육성 나서
재단은 향후 ▲과학기술의 근본인 '기초과학'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소재기술' ▲부가가치 창출이 큰 'ICT 융합형 창의 과제' 등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과 연계한 3대 미래기술 육성 프로그램을 중점 추진하게 된다.
특히 참신하고 잠재력 있는 신진·중견급 연구자와 노벨상 수상에 근접한 혁신적인 리더급 연구자를 응모 및 지정 방식으로 폭넓게 발굴해 지원한다. 다만 가급적 개인 연구자보다는 중소 및 중견기업 등에 속한 연구자를 선발해 기업 간 교류를 도모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그룹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노벨과학상 공동수상 비율이 약 90%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내 우수 연구진이 세계 석학들과의 글로벌 공동연구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제포럼' 등 인프라 구축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은 해당 분야에 5년간 2500억원을 투입해 대학 교원, 국공립 연구소 연구원 및 기업 연구원(대기업 제외) 등을 대상으로 약 100~200개의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과제를 선발하고 집중 지원한다.
◇미래 산업동력의 핵심기반은 신소재 개발과 ICT 융합
최근 소재의 경쟁력이 완제품과 부품의 성능과 부가가치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부각되면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핵심소재 개발에 역량을 더욱 집중하고 있다.
삼성은 "우리나라가 주력산업의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래 핵심소재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첨단 분야의 핵심소재는 대외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현실적 난제를 지적했다.
삼성은 전 산업분야에 걸쳐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독창적 소재기술의 발굴 및 설계에서부터 가공까지 모든 과정에 대한 연구를 지원할 방침이다.
삼성은 이 분야에 총 2500억원을 투입해 대학 교원, 국공립 연구소 연구원 및 기업 연구원(대기업 제외) 등을 대상으로 약 50개~100개의 과제를 선정해 소재 설계에서 프로토타입(prototype) 검증까지 직접 관장한다.
IT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ICT(정보통신기술) 융합' 관련 프로젝트도 재단의 중장기 과제 중 하나다. ICT 분야는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종류의 시장을 창출할 수 있어 기술 진보에 따른 혁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인용 팀장은 "특정한 산업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고 ICT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신시장을 개척할 창의적인 기술, 제품 및 서비스를 위한 연구과제를 폭넓게 발굴해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ICT를 활용한 교육, 교통, 에너지, 환경 관련 연구 ▲모바일 헬스케어를 비롯한 라이프케어 연구 ▲이와 관련된 다양한 빅 데이터 분석, 감성 연구 및 인문 사회과학과의 융합연구 등을 시작으로 향후 분야에 제한없이 지원 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삼성은 ICT 융합 연구 지원을 위해 앞으로 5년간 2500억원을 투입해 대학 교원, 국공립 연구소 연구원 및 기업 연구원(대기업 제외) 등을 대상으로 약 100~200개의 과제를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