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15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투표가 끝나고, 후보인 최경환 의원과 이주영 의원은 약속한 듯 입술을 꽉 다물고 개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 의원은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신경질 적으로 입술을 삐죽 내밀기도 했다.
이윽고 송광호 선거관리위원장이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이주영•장윤석 후보조 69표, 최경환•김기현 후보조 77표로 최경환•김기현 후보조가 과반수 이상을 득표했다”
승자가 발표되는 순간, 패자가 된 이주영 의원 주변이 더 시끌시끌해졌다.
나성린 의원, 남경필 의원 등 이 의원 주변에 있던 의원들은 “내년이 있다”며 이 의원에게 격려의 악수를 보냈다.
반면 최경환 의원은 무표정하게 정면만을 응시했다. 축하의 인사를 건내는 의원들도 없었다.
이번 경선에서 당내 분열 우려가 있었던 만큼 이 의원을 존중해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이상 입술을 내밀지는 않았다.
◇ 최경환, 이주영 '박심'공세 역공
투표 전 열린 두 후보간 토론에서는 최경환 의원이 이주영 의원을 다소 앞섰던 것으로 보였다.
이 의원은 첫번째 질의에서 선거 운동 기간 강조했던 ‘박심’ 논란을 꺼내들었다.
최 의원이 언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지적하며, 구태 정치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이 의원의 공세를 여유롭게 피하면서 오히려 역공을 가했다.
그는 “단지 박 대통령이 자신의 정부를 잘 뒷받침해주는 원내지도부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을 희망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 없다”라며 “지금 선거가 친이, 친박 구도로 가고 친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박심을 이용했다면 말이 되지만, 이 의원도 신친박으로 분류되는데 박심 논란이 왜 나오냐”고 반박했다.
최 의원이 “박심 논란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전략상 모르겠지만 득표에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고 당내 화합이나 국민들 눈에도 보기 안 좋다”고 말하자 의원석에서도 웃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질문을 던진 이주영 의원은 최 의원의 역습에 당황한 듯 입술을 꽉 다물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이 의원의 분위기를 눈치챈 듯 사회를 보던 김광우 의원은 “시원한 박수를 너무 빨리 쳤던 것 같다. 격려의 박수를 부탁한다”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하지만 이 의원도 마무리 발언에서 실점을 만회했다.
그는 "내일 아침 신문 헤드라인에 '최경환, 박심 업고 당선, 대통령 친정체제 구축'이란 제목이 좋겠느냐, 아니면 '이주영 당선, 새누리당 순리 선택, 새로운 당청관계 신호탄'이라는 제목이 좋겠느냐"고 말해 의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 더운 날씨에 의원들 투표 서둘러
토론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무렵 새누리당 의원들은 먼저 투표하기 위해 투표소 앞으로 몰렸다.
김광우 의원은 토론을 마무리하려고 노력했지만 의원들의 마음은 투표에 쏠려버렸다.
투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의원들이 긴 줄을 만들자 진행요원들은 의원들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다.
이한구 전 원내대표는 부담을 던 듯한 모습이었다.
회의장 내부가 더웠지만 벗지 못했던 양복 상의를 투표가 끝나자 마자 벗어버리고, 준비된 생수를 연신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