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삼성이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준비한 마지막 카드는 '동반성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 설립, 인력 양성에 이어 동반성장까지,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것이다,
삼성은 15일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5만명 양성'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향후 5년간 매년 2000명씩 총 1만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채용 규모도 규모지만, 핵심은 초·중·고생 4만명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조기교육을 실시해 해당분야 인력 저변 확대에 힘쓰겠다는 것이라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한마디로 양질의 토양을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앞서 삼성은 지난 13일 올해부터 10년간 총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4대 기초과학 분야와 소재기술, ICT(정보통신기술) 융합형 창의과제 지원 등 3대 미래기술 육성 프로그램을 중점 추진함으로써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을 근원적으로 뒷받침하기로 했다.
재단 설립이 '투자'라면 인력 양성은 '채용'과 연결된다. 근저에는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 이르면 내주 발표될 동반성장 실천안 역시 교육과 맞닿아 전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이 모두는 이건희 회장의 언급을 그대로 현실화하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 방미 사절단으로 참석하기 위해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사진=곽보연 기자)
이 회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인들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창조경제는 대한민국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잘 선택됐다"면서 "이를 위해선 기초과학이 튼튼해야 하고,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대·중소·벤처기업의 동반성장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삼성은 창조경제가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투자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우리 경제를 튼튼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마주하는 자리에서 재계의 맏형이 내놓은 약속이었다. 정치권에서 기대했던 선물 보따리는 방미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한 직후 쏟아졌다.
삼성은 이런 일련의 카드들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고, 그 과정에서 청와대의 협조요청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방미 당시 이 회장의 발언이 철저히 준비된 것이었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시기를 골라 순차적으로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로서는 삼성의 이런 행보가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재계 1위 삼성의 화답을 시작으로 여타 재벌그룹들의 동참이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 구현의 실체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재벌그룹들이 앞다퉈 각종 카드를 꺼내들면서 자연스레 치적이 박 대통령에게로 모아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굳건한 혈맹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안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킴과 동시에 시대적 화두인 경제민주화에 한발 다가서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잘못된 인사와 불통 논란으로 코너에 몰린 정국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예상치 못한 윤창중 파문이 터지면서 계획된 성과들은 모두 블랙홀로 빠져들었다. 치밀했던 청와대 계산의 유일한 오점은 '내부의 적'이었다. 삼성의 화답도, 재벌그룹들의 동참도 빛이 바랠 수 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