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숨은 윤창중에 사태 소강..이대로 '흐지부지'?

북한 미사일 등 새 이슈 돌출..청와대·새누리 '화제 바꾸기' 시도

입력 : 2013-05-20 오후 3:12:25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대통령의 방미 순방중 성추행을 저지르고 국내로 도피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회견 이후 잠적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여론의 비판도 잦아드는 모양새다.
 
여기에 북한 미사일, 국정원 정치개입 문건 공개, 일본 유력인사들의 망언 등 새로운 이슈가 나오면서 정치권의 관심도도 낮아지고 있어 진상규명과 관련 책임자 처벌 등의 대책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10일 윤 전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주미 대사관 인턴 여직원을 성추행 했다는 혐의로 경질됐다.
 
이후 윤 전 대변인의 거짓 해명 의혹, 청와대의 사건 은폐 시도 의혹과 부실한 후속 대책으로 국민들의 분노는 확산됐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청와대와 정부의 적극적인 방미 효과 홍보에도 불구하고 하락했다.
 
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박 대통령이 독선적으로 윤창중을 대변인에 임명한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청문회를 열어 사건 은폐 시도 의혹을 밝히고 허태열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들이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 사건이 발생하고 10일이 지나면서 야권의 공세에 힘이 빠지고 있다.
 
▲ 사라진 윤창중..관심도 하락
 
지난주부터 윤창중 성추행 사건은 소강 상태에 빠졌다. 새로운 의혹들이 나오지 않으면서 미국 경찰의 수사 결과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윤창중 사건에 대한 여론은 식어가고 있는 대신 다른 굵직한 이슈들이 새로 등장하고 있다.
 
북한이 이틀 연속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남북 긴장관계가 다시 고조되고,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문건이 계속 나오면서 야권은 전선 확대가 필요해졌다.
 
일베 등 우익 성향 인터넷 사이트와 종편에서 5.18 민주화 운동을 폄하하고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일제 침략을 부정하는 등 역사 인식 문제도 중요해졌다.
 
또 엔저로 인한 경기침체 현실화 가능성이 예상되면서, 야당이 윤창중 사건에만 집중할 경우 민생을 외면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게 됐다.
 
민주당은 윤창중 성추행 사건에서 '톤 다운'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억지인사, 불통인사, 오기인사로부터 (윤창중 사건이) 시작됐지만 이것을 가지고 민주당이 정치공방 소재로 삼으려 하지 않는다. 윤창중에서 벗어나 청와대라는 중대 국가기관이 가져야 할 시스템의 점검, 위기대응방식의 문제점을 함께 논의하는 기회였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야당 내부에서도 윤창중 사건을 언급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새로운 사실이 나오기 전까지는 강하게 공론화 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에서는 미국 경찰이 사건 수사 결과를 내놓기 전까지는 논란이 잠복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 청와대·새누리 "성추행 사건 진정국면"
 
청와대•새누리당은 윤창중 성추행 사건에 대한 여론이 진정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윤창중 사건으로 박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했지만 청와대 사과 이후 하락세가 멈추고 다시 반등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청와대 수석회의. 이날 박 대통령은 비공식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사진제공=청와대)
 
윤 전 대변인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책임자 처벌 문제도 흐지부지 되고 있다.
 
청와대는 사고 당사자인 윤 전 대변인을 경질했지만, 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이남기 홍보수석 거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윤 전 대변인 사태가 잠잠해지면, 박 대통령이 이 수석의 사의를 반려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사과한 것에 대해 한 새누리당 의원은 “전에 있었던 일들은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11일 사의를 표명한 이남기 수석의 거취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새누리당은 미국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 후 윤창중 성추행 사건 관련 청문회 여부를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또 새누리당은 경기 침체, 일본 우익화, 북한 미사일 발사 등 다른 이슈들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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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