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최근 정부가 친환경 선박의 건조를 의무화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한 가운데 조선업계에서는 선박의 연비를 높이는 방법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14일 해양수산부는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400톤 이상의 선박을 새로 건조할 경우 선박에너지 효율설계지수(EDDI)에 따라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아 '해양환경관리법'과 '선박에서의 오염방지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이번 조치는 선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도록 하는 국제협약(MARPOL) 발효에 따라 전 세계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에 따라 2015년부터 현행 대비 10% 감축, 2020년 20% 감축, 2025년 30% 감축 등 5년 간격으로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가 강화될 예정이다.
업계와 관련 학계에 따르면 선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연비를 향상시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과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방법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새로운 추진동력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방법은 환경규제를 직접적으로 피할 수 있는 기술로서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아직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까지 흡수, 흡착, 막분리 등 화학적인 방법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이 개발됐지만 이를 위해 별도의 에너지가 추가로 필요해 비용 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며 흡수탑 등 설비의 부피가 크고 선종에 따라서는 설치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아울러 포집된 이산화탄소의 선내저장이 어렵고 해양투기 또한 금지돼 있어 이에 대한 해결방안 모색이 선행돼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새로운 추진동력으로는 가스와 전지를 이용해 동력을 얻는 방법이 검토되고 있지만 두 가지 대안 모두 단 시간 내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스연료의 경우 항구에서 대형선박에 천연가스를 주입하는 기술개발이 미흡하고 폭발 등 안전성 문제도 거론된다.
전지는 이미 잠수함과 일부 소형 선박에 적용된 사례가 있지만 비용이 높고 수소를 충전하고 저장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해 수년 내에 대형 선박에 상용화되기는 어렵다.
다만 장기적으로 점차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맞추기 위해서는 현재의 디젤엔진 대신 전지나 핵추진 선박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는 대다수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이에 따라 고유가 시대에 비용을 절감하고 바로 적용이 가능한 '연비 향상'이 친환경 선박의 핵심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선종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10%의 연비 향상이 이뤄질 경우 대형 선박은 척당 수백만달러의 연료비 절감효과가 나타난다.
또 국내 시장에서 현재까지 연비향상 기술이 일부라도 적용된 선박은 약 15% 내외로 추정돼 향후 기술 활용도도 높은 편이다.
(자료제공=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연료소모량이 가장 큰 대형 컨테이너선(7500TEU)은 연료유 가격이 톤당 700달러인 경우 절감액이 연간 413만달러로 계산됐으며, 중형선박인 2500TEU급 컨테이너선의 경우에는 약 175만달러의 연료비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 컨테이너선(연간 280일 운항, 벙커유 톤당 630달러 기준)의 경우 10%의 연비절감 선박의 용선료는 기존 선박에 비해 50% 이상 상향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연료절감 기술이 개발, 상용화되고 있어 조선사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연비절감 기술로는 저항을 줄이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선박의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8600TEU급 컨테이너선 현대브레이브호의 구상선수를 개조했다.(사진제공=현대상선)
파도와의 마찰저항을 줄여주는 구상선수를 개조하고 마찰저항을 줄여주는 도료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만으로도 연간 3~5% 가량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유선형으로 선박을 설계하고, 선박에서 대형 연을 띄워 연비를 개선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선박 갑판에 태양 전지판을 설치, 이를 통해 얻은 전력을 보조동력으로 사용하고 버려지는 열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도 검토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친환경 선박 건조 의무화 조치가 무섭게 뒤쫓아 오고 있는 중국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비 향상 기술 등 친환경 선박 기술을 성공적으로 확보할 경우 중국과의 원가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국내 조선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조선기업들을 따돌리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업계의 연비 향상 기술은 앞으로 조선소의 생존을 결정하는 핵심기술로 부상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금융 및 연구개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