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새로운 6개월을 맞이할 국내 채권시장이 세계 경제의 점진적 회복 추세 속에서도 불확실성 국면을 상당 기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책 당국자들이 경기부양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세계 경기를 지지하는 요인이 됐지만 더딘 국내 경기 회복 속도와 더불어 통화정책이 기존의 완화적 기조에서 벗어날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측과 방향성 설정, 어느 것 하나 쉬워 보이지 않는 대목이다.
31일 채권 전문가들은 이처럼 꽉 막힌 분위기가 쉽사리 전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재호 키움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기 낙관이 조금 더 우세하지만 경기에는 등락이 있기 마련이고 한국에는 고유의 경기 하방 요인이 존재한다”며 “하반기 채권금리가 그다지 크게 오르지 못하다가 다시 한 번 등락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채권수익률이 충분히 상승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운용을 권고한다”며 투자대안 차원에서 내달 새롭게 발행되는 물가연동국채와 신흥국 통화표시 해외채권이 유망할 것으로 진단했다.
채권시장 수급은 상당기간 수요 우위겠지만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따른 물량 부담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박 연구원은 내다봤다.
추가 금리인하 불확실성으로 채권투자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짐에 따라 위험자산으로 자금이동 유인이 점차 높아지지 않겠냐는 분석도 내놨다. 하반기 전방위적인 경기부양 효과로 ‘상저하고(上低下高)’ 경기흐름이 이어지면 채권시장에 쏠려 있는 시중자금이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러한 시중자금의 위험자산 이동으로 금리는 점진적으로 상승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추가 인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금리 하락이 제한되고 반등 시에는 대기매수와 관망이 교차하며 박스권 등락을 보일 것이다. 이후 대내외 경기저점 인식과 주요국의 출구전략 논란에 따른 금리 상승을 전망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시중금리의 경로가 채권에 대한 쏠림 해소로 인해 시간이 경과할수록 상승하는 흐름을 예상한다”며 “경기개선에 대한 시나리오, 통화정책 이벤트에 대한 기대 약화 등을 반영한 시중금리의 동향”이라고 말했다.
<주요 채권수익률 테이블>
다만 금리가 상승 경로에 진입하더라도 그 속도는 지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공동락 연구원은 “이는 동시에 기준금리 대비 주요 장기금리들 간의 적정 스프레드에 대한 전망 역시 종전과 다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며 “과거 기준금리 대비 장기금리 스프레드가 얼마였다는 방식의 경험적 예측은 사실상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소영 한양증권 연구원도 “금리 상승이 제한된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금리가 현재 레벨에서 추가로 강세 진입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기가 추가 악화됨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현재 10bp 내외의 기준금리 스프레드가 더 좁혀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장 오는 6월 금리의 레인지 등락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평가를 내놨다.
전소영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추경 편성으로 인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내수 관련 지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산업생산이나 수출의 경우 엔화 약세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므로 상반기까지는 큰 영향권에 들지 못할 것으로 예상, 둔화 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동결보다는 인하에 무게를 둔 운용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내놨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는 순환적 경기 사이클에 대한 대응을, 4분기에는 끝나지 않은 저성장 위협을 고려해야 한다. 하반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률은 금리를 하향 안정화시킬 것으로 보기 때문에 시중금리는 올해 연간전망의 기존 추세를 유지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2분기를 저점으로 3분기 전고점보다 낮은 수준에서 고점을 형성하고 4분기 다시 하락하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