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영진에 편중된 KB 차기회장 경쟁구도

임영록·민병덕·이동걸 '3파전'.."지나친 외부출신 배척은 `독`될 수도"

입력 : 2013-05-30 오후 4:56:05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3년마다 4~6월이면 조직이 시끌럽습니다. 회장 자리에 누가온다는 얘기로 일이 안됩니다" KB금융(105560)지주 조직 내부가 뒤숭숭하다. 7월 임기가 만료되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후임을 한달 내에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총자산 370조원의 금융그룹 회장 자리를 두고 내외부 출신 금융인들이 경합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대 외부` 출신으로 경쟁구도가 치우쳐있을 뿐 신임 회장의 경영능력 등에 대해서는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ISS사태, 외부출신 거부감 등 현직 경영진에 '힘싣기'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영록 KB금융 사장, 민병덕 국민은행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 3명이 차기 회장의 유력 후보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르면 다음주께 최종 면접이 진행되고 차기 회장이 내정된다.
 
(사진제공=KB금융지주)
현재로선 내부 출신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로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표면적인 이유는 현직 경영자가 조직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것.
 
또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의 구성, 외부출신에 대한 노조의 반대 등 속사정도 내부 출신에게 유리하게 흐르고 있다.
 
우선 총 9명으로 구성된 KB금융 회추위원들은 모두 사외이사들로, 현직 경영진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공정성을 의식한 듯 회추위원들은 회장 후보 추천권을 포기했으나, 임 사장과 민 행장은 자체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으로 후보에 포함됐다.
 
여기에 지난 3월 불거진 ISS사태도 현직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는 과정에서 불거진 경영진-사외이사간 갈등으로 풀이된다.
 
미국 ISS는 외국인 주주에게 사외이사 선임 등 주총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곳인데, 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은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사외이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내부 경영정보를 ISS에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KB금융 노동조합은 이동걸 전 부회장에 대해 '경쟁 금융회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경쟁 금융회사 임원이었던 적장을 수장으로 앉히는 일은 경쟁사에 백기들고 투항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주가부양·비은행 M&A 등 주요사업 실패 '원죄'
 
이 때문에 현직 경영진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되는 한 경쟁구도는 여러 후보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KB금융 회장 선출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보는 금융권에서는 "노조는 물론 KB금융 조직 내부에서도 내부 출신에 매달리는 입장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때문에 당장에 닥쳐올 중요한 이슈를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기업가치(주가) 하락, ING생명 인수 실패 등 어 회장이 실패한 사업들에 현직 경영진들도 연대책임이 있다는 것. KB금융의 주가는 이날 현재 3만7500원으로 3년 전보다 20% 이상 빠졌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 주가는 같은 기간 30% 가까이 올랐다.
 
1년 가까이 끌어왔던 ING생명 인수의 경우 경영진들이 인수가격을 최초 가격보다 5000억원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좌초됐었다. 국민은행 노조에서도 인수를 찬성했으나 사외이사들을 결국 설득하지 못했던 것. 금융권에서는 KB가 수익원을 다각화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보고 있다.
 
특히 조직 내부의 지지를 토대로 회장이 된 금융그룹 수장이 향후 거대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우리금융(053000)지주 매각시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곳이 KB금융이다.
 
KB금융 이사진들은 지난해 우리금융 민영화 당시 KB의 참여에 반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직 경영진이 KB 회장이 된다면 금융위원장이 '직'을 걸고 추진하겠다는 우리금융 매각에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미지수"라며 아픈 곳을 건드렸다.
 
한 금융지주사의 고위 관계자는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변화 속도가 빠른 금융권에서 '순수혈통'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인수합병을 통한 조직을 키우는 단계인 현재 상황에서 외부출신에 대한 배척은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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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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