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든 공약가계부 벌써부터 '구멍' 우려

입력 : 2013-05-31 오전 9:20: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공약실천을 위한 이른바 '공약가계부'를 만들었지만, 향후 5년 간 가계부가 제대로 작성될지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당장 재원마련을 위해 지역 SOC사업의 대폭적인 축소가 불가피해진데 대해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반발이 극심한 상황인데다 재원마련을 위한 향후 경제여건도 불확실해서 가계부의 제작과 동시에 가계부의 구멍을 우려하는 모습니다.
 
정부 스스로도 이번에 발표한 공약가계부와 관련해 향후 경제여건과 재정여건의 변화에 따라 '연동'계획을 수립해 관리하겠다고 '퇴로'를 열어둔 상황이다.
 
◇SOC 투자삭감에 여당 반발..정부 "조정될수도 있다" 물러서
 
정부는 공약실천재원 중 상당부분을 SOC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어서 대부분 지역사업과 연계돼 있는 SOC사업 축소를 우려하는 정치권의 반발이 적지 않다.
 
이미 134조8000억원이라는 공약가계부 총량에서 약 8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는 지역공약은 대부분 반영되지 않은 상황인데다 총량에 포함된 지역사업까지 세출구조조정 대상으로 배정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세출절감 계획 84조1000억원 중 정부 정책의지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재량지출 조정부분은 34조8000억원 가량인데 이 중 SOC분야를 통해 절감하겠다는 세출예산은 11조6000억원에 달한다. 재량지출 절감계획의 1/3에 달한다.
 
지난 27일 정부로부터 공약가계부 내용을 보고받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비판과 우려를 쏟아냈다.
 
새누리당 한 최고위원은 "이번 공약가계부는 지방의 신규SOC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내년 지방선거는 필패"라고 지적했다.
 
여당의 의견이 추가반영될 경우 공약가계부는 만들자마자 수정작업을 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정부도 지방공약 반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면서도 조정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역적인 차원에서 (정치권이)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올해 늘어난 것을 보고 줄었다고 하면 안된다.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그런 투자이기 때문에 올해 기준이라면 당연히 줄어드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그러나 "공약가계부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금과옥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조정될 수 있는 것이고 변화될 수 있는 것이다. 변화된 여건도 충분히 감안해서 하겠다"고 강조했다.
 
◇매년 4% 성장해야 공약가계부 정상운영
 
정부는 이번 공약가계부를 매년 경제여건과 재정여건의 변화를 감안, 연동해서 운영한다고 밝혔다.
 
공약의 소요재원과 재원마련 대책은 공약가계부로 표현했으나 향후 변화된 여건을 감안해서 유동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경제여건이 좋아진다고 해서 없던 공약을 추가로 하지는 않겠지만, 문제는 경제여건이 어려워질 경우다.
 
경제여건이 어려워져서 정부의 재정확충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공약이행도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연평균 4%의 경제성장을 할 것으로 전제하고 134조8000억원의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주요국가들이 사실상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상황에서 4% 이상의 성장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9일 세계경제 전망을 수정하면서 우리나라가 내년에 4%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IMF는 3.9%, 아시아개발은행은 3.7%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도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3.8%로 보고 있다.
 
당장 내년 성장률에 대한 전망들도 내년이 되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나머지 3년의 경제상황은 더욱 안갯속이다.
 
공약가계부 이행 첫해인 올해는  이미 3% 성장도 포기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성장률과 공약가계부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은 "공약가계부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재원이 얼마나 소요되느냐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성장률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추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반영할 때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 스스로 경제상황과 공약가계부를 연동해 운영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추후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공약가계부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미지수다.
 
◇세입·세출계획 불투명해 재원마련 가능할지 의문
 
세입과 세출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은 점도 첫 공약가계부에 불안감을 더한다.
 
정부는 주식양도차익 과세 등 금융소득과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확대 등을 세입대책으로 꼽았지만, 아직 어느정도로 확대할지에 대한 밑그림도 없는 상황이어서 세수예측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다.
 
수십년간 노력했지만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비과세감면 정비계획은 차별화되지 못한 상황이고, 지하경제 양성화방안에 따른 세수입 규모도 불확실하다.
 
특히, 정부는 세출절감 재원대책의 절반에 달하는 40조8000억원을 국정과제 재투자를 통해 조달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재투자를 통해 40조원이 넘는 재원이 조달될지에 대해서는 공약가계부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향후 국정과제를 실천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위험요인도 많이 있을 것"이라며 "가계부를 꼼꼼히 작성하는 것만큼이나 가족 구성원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국민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자료제공=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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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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