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100일)예산에 맞춘 맞춤형 복지

입력 : 2013-06-03 오전 11:30: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박근혜 대통령이 4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출범 초 100일에 새 정부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던 것 처럼 새 정부의 출범 100일은 국정운영뱡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위기관리를 무난하게 해왔다는 평가와 함께 인사실패와 정책혼선 등 지난 100일의 부끄러운 흔적들도 적지 않다. 뉴스토마토는 박 대통령의 취임 100일에 맞춰 새 정부 국정과제를 분야별로 점검했다. [편집자]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는 '맞춤형 고용복지'다.
 
복지를 고용과 연계시키는 것은 '일자리가 곧 복지'라던 이명박 정부와 닮아 있지만,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생애주기별로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맞춤형'이라는 차별화를 기대하게 했다.
 
◇증세없는 재원마련..정책맞춤형 아닌 예산맞춤형으로 변질
 
그러나 출범 100일, 맞춤형 복지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은 복지재원 마련문제에 있어 '증세 없는 재원마련'이라는 이중적인 태도와 함께 정책고객 맞춤형이 아닌 예산맞춤형으로 변질됐다.
 
약속한 것은 많은데 재정상황에는 한계가 있고, 복지확대를 주장하면서도 증세에는 반대하는 이중적인 태도는 결국 복지를 예산에 맞추게 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앞뒤가 다른 정책을 접한 국민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부터 논란이 됐던 기초노령연금 도입문제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의 큰 줄기로 공약됐지만 혼란만 가중시키며 예산맞춤형으로 변질된 대표적인 '안 좋은 예'로 꼽힌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모두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인수위 논란 끝에 국민연금 가입유무와 가입기간 등과 연계해서 4만원~20만원까지 차등지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특히 기초노령연금의 국민연금과의 통합문제는 공적부조와 사회보험이라는 서로 다른 성격의 연금을 통합하려했다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만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대표적인 보건의료공약인 4대 중증질환에 대한 100% 건강보험 적용도 정책고객인 국민보다는 예산에 맞춰진 공약 중 하나다.
 
당초 공약은 중증질환 중 의료에 필수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와 같은 3대 비급여까지 급여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필수의료비만 급여화하고 3대 비급여부분은 추후 단계적인 급여화라는 밑그림만 제시한 상황이다. 중증질환 환자들의 최대 의료비부담 요소인 3대 비급여부분이 빠지면서 정책 자체의 무게감은 크게 떨어졌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편도 예산문제가 걸려 있다.
 
◇예산확보 거북이 걸음..공약가계부는 시작부터 `구멍`
 
차상위계층의 확대와 부양의무자 기준완화는 빈곤정책대상자를 늘리는 효과를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되니만 이를 위한 소요예산 확보는 느림보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달 말일 정부가 발표한 이른바 '공약가계부'는 국민맞춤형이 아닌 예산맞춤형 복지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5년간 134조8000억원의 예산이 공약이행에 투입될 것으로 약속했는데, 당초 공약했던 정책 상당수가 공약가계부에서는 제외됐다.
 
특히 맞춤형 복지정책의 일환인 행복주택 사업의 소요재원은 당초 공약에서는 14조7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공약가계부에는 5조3000억원이나 줄어든 9조4000억원만 반영됐다.
 
이렇게 되면 임기 내에 가능한 행복주택 완공물량은 크게 줄어들고, 나머지 공약한 물량의 완공책임은 차기정부의 몫으로 떠넘겨질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창률 단국대 교수는 "복지확대의 시대이지만 우리 정부는 그저 돈이 있으면 복지는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돈이 없으니 제한된 수준밖에 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현재의 인식수준으로는 복지는 추구의 대상이면서도 영원히 추구할수 없는 신기루에 머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문일 덕성여대 교수도 "맞춤형 고용복지 목표 달성을 위한 재원동원계획의 실행가능성이 의문시 된다"며 "향후 5년간 지자체가 (맞춤형 복지를 위해) 18조원을 부담해야 한다. 지방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지방세입 확충 및 국고보조금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종합적 계획수립 필요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가운데)이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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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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