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최근 제기되고 있는 엔캐리 트레이드 가능성과 달리 단기간내 엔캐리트레이드가 본격화될 조짐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저수익 통화인 엔화를 차입해 고수익 통화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거래로 엔화가 약세를 보였던 지난 2005~2007년에 엔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바 있다.
최근에도 일본이 '아베노믹스' 기조에 따른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며 엔화약세가 지속되자 엔캐리 트레이드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일본계 자금·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일본으로 '순유입'
4일 금융감독원의 엔화자금 동향분석에 따르면 시장의 엔캐리 우려와 달리 올들어 대외증권에 투자한 일본계 자금은 본국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일본내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며 올 1~4월중 일본계 자금의 대외증권투자는 일본내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순유입 규모는 8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해반기 대외증권투자액 7조5000억원을 넘어선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도 일본으로 순유입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말 구로다 일본중앙은행 총재가 내정되고 4월에 대규모 양적완화정책을 발표하면서 주식투자자금 유입이 더욱 확대고 있는 모습이다.
올 1~4월중 모두 6조엔의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이 일본으로 순유입됐다.
해외 엔화대출 증가폭도 과거에 비해 적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엔화약세가 본격화된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엔화 단기대출 증가액은 4조엔으로 과거 엔캐리 트레이드가 확대된 기간의 증가폭(15조8000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단기간내 엔캐리 본격화 가능성 크지 않아"
금감원은 일본·외국간 내외금리차 축소, 일본의 높은 주가수익률 및 엔화 변동성 확대 등을 감안할 때 단기간내 엔캐리 트레이드가 본격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내 기대 수익률과 해외 투자자산의 기대수익률의 차이가 클수록 엔캐리 가능성이 커지지만 현재는 글로벌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엔화 조달금리와 주요국 통화 차입금리의 차이가 크지 않은 수준이다.
주요 통화의 리보(LIBOR)금리 3개월물을 비교해보면 엔화는 0.16%로 미 달러화(0.27)보다는 낮지만 유로화(0.12%)나 스위스 프랑화(0.02%)보다는 높다.
또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본 증시가 급등하면서 엔화자금은 일본으로 순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엔케리 트레이드가 본격화됐던 지난 2005년 이전에는 일본의 주가수익률이 외국보다 크게 낮았으나 최근 5개월동안은 일본이 다른나라보다 3~4배 높은 주가수익률을 보이기도 했다.
엔화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최근의 엔화환율의 변동성이 높은 수준인 점을 감안한다면 본격적인 엔캐리 트레이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엔화약세가 너무 급속히 이뤄져 단기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주요국 통화중 엔화의 변동성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환율 변동방향을 예단하기 어렵고 최근에는 세계경제의 성장률도 낮아져 엔화차입 수요도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 엔캐리 재연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
다만 미국의 경기회복이 본격화되고 양적완화 규모가 축소되거나 신흥국이 경기부진에서 벗어나면서 금리격차가 확되되면 엔캐리 트레이드가 가시화될 수 있다.
지난달 말에 있었던 일본의 주가급락 사태처럼 시장불안이 지속될 경우에도 그 동안 유입된 자금이 해외시장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증시는 지난달 23일 7.3% 급락한 뒤 27일 3.2%, 30일 5.2% 하락하는 등 조정국면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불활실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VIX(Volatility Index) 지수는 지난 5월 13.4를 기록하며 과거 엔캐리가 발생했던 2000년(18.0), 2006년(10.8)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및 유럽 재정위기의 완화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부불안이 진정됨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가 약화됐다"며 "글로벌 시장의 안정성 측면에서는 엔케리 트레이드의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일본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채권 추자자들이 보유채권을 매도하고 해외 채권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일본 정부가 자산버블에 대응하고 추가 엔저를 유도하기 위해 일본 금융회사 및 개인의 해외투자를 독려할 수 있는 점도 엔캐리 트레이드를 재연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