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원전 사태 가해자가 수혜자로..LS의 '아이러니'

입력 : 2013-06-04 오후 5:34:23
[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국가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원자력발전소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JS전선이 납품한 불량 케이블로 인해 가동이 전면 중지된 탓이다.
 
더욱이 시험성적서까지 위조해가며 불량 부품을 정상 부품으로 둔갑시켰다. 이로 인해 생산현장에 기대야 하는 산업계는 물론 전 국민이 올 여름 블랙아웃 공포에 빠졌다. 한 기업의 윤리의식 및 책임감 결여가 국가 전체를 위험 수준으로 몰고 간 것이다.
 
JS전선(005560)은 LS전선의 계열사로, 구자엽 LS전선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을 알지 못하고 부품을 납품했다고 해명했지만 그렇다고 원전 정지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설사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을 몰랐다고 해도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같은 해명은 관련 사업에 대해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직접 만든 케이블이 불량인지 아닌지도 확인하지 못하는 회사가 그 사업을 유지할 자격이 있을지 자문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30일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JS전선은 물론 LS산전 등 LS그룹의 주가는 동반 급락했다. 이날 JS전선이 하한가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지주사인 LS(006260)는 9.49% 급락했고, LS산전(010120)LS네트웍스(000680)도 각각 4.19%, 2.87% 떨어졌다.
 
하지만 다음날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올 여름 전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LS산전이 지능형전력망(스마트그리드) 기업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란 증권사 리포트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5만9500원까지 떨어졌던 LS산전 주가는 이달 3일 6만1900원까지 회복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전력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발전소 증설이 단행될 것이 확실하고, 이는 LS산전의 실적을 보장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력기기 수요가 확대되고, 스마트그리드 투자가 늘어나면 LS산전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원전 정지에 전력 수급 경보까지 발령되는 상황에서 일부 증권사와 투자자들은 이를 투자 기회로 삼고 있는 것이다. JS전선 사태 후폭풍으로 LS산전의 주가가 바닥친 시점이라 저가 매수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증권사와 투자자들의 시장 논리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전 국가적인 위기가 도래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 논리로만 시장에 접근하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윤리의식이라도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물론 같은 그룹이라고 하지만 두 회사는 사업적으로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하지만 원전 정지와 전력 부족 사태는 국가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일종의 사태다. LS그룹이 일정 부분 책임을 통감해야 할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시장 또한 접근에 있어 신중함이 전제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는 투자가 아닌 투기에 불과하다. 국토 전체가 암흑으로 뒤덮인 상황에서도 기회가 왔다고 마냥 좋아하자는 얘기인가.
 
안양 LS타워 한쪽에서는 원전 정지에 따른 책임을 물어 검찰 조사에 직면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사업 확대에 투자자들이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LS 그룹은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국민들은 원전 정지에 따른 올 여름 전력난 공포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LS 전체에 있다. 투자든, 투기든 이는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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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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