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갑을관계’ 개선에 은행권도 가세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거래기업과 수직관계가 덜한 은행권은 ‘갑’과 ‘을’로 표기되는 계약서 문항을 고치는 등 갑을계약서 청산에 나서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모든 대내외 계약서 작성시 갑-을로 표기하던 관행을 폐지했다.
대신 기업이름을 넣어 `갑`이 아닌 '우리은행' 혹은 '은행'으로, '을' 대신 '00전자' 또는 '전자' 같은 방식으로 표기 방법을 바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계약서에 기업명을 약칭인 갑-을로 표시해왔지만 거래기업을 종속관계로 해석할 수 있어 고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표현이라는 판단에 따라 더 이상 계약서에 갑-을로 표시하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거래기업들과의 계약서에 갑-을 표현을 삭제하고 대신 기업명 전체를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거래기업과의 계약서에 갑을이라는 단어 대신 풀네임(전체 이름)을 넣기로 했다”며 “은행이든 기업이든 더 이상 누군가에게 갑이라는 생각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 전산설비, 서버구축 등 IT관련 기업과 지점 리모델링을 담당하는 인테리어 업체들과의 계약부터 새로운 계약서가 도입될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계약 관계에 따라 자율적으로 갑-을을 표기하고 있다. 신규 영업점 개점을 위한 부동산 임차 계약에서는 은행이 ‘을’로 명시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인 계약서는 관례대로 갑을 관계로 표기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은행이 을이 되기도 한다”며 “은행이 계약상 갑의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거래기업 역시 은행의 고객이 될 수 있으므로 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계약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대기업의 계약서 양식이 금융권에서도 통용되고 있어 갑-을 표현이 존재하는 것일 뿐”이라며 “아직 계약서 수정을 고려하고 있진 않지만 갑-을 표현을 수정한다는 것은 상징성이 있다”고 풀이했다.